YG엔터, 주가 폭락에 하다하다 '상폐설'까지···들끓는 주주들
실적 부진에 배당 차일피일
증권가, 줄줄이 목표주가 낮춰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폐지설(상폐설)'까지 돌고 있다. 실적 부진이 날로 악화하는 데다 배당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이렇다 할 주가 부양책도 없어 주주들의 불만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전 거래일(3만8800원) 대비 3.09%(1200원) 내린 3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부진한 흐름은 올해 들어 이어져 왔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신저가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신저가를 28번 경신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지난달 9일 2만9950원을 터치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등락을 반복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달 2일 3만7000원까지 내리며 맥을 추리지 못했다. 올해 첫 개장 날인 1월 2일의 종가 4만7550원과 비교하면 22.19%나 빠진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10일 6만6200원을 기록하며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부진이라는 표현도 아까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같은 주가 흐름에 일부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6만원대를 넘어선 시점에서 매수한 주주들은 반토막 난 주가에 '양민석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양민석 대표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동생으로 지난 2018년까지 YG엔터의 단독 대표 및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난 후 2022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양민석 대표는 올해 3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단독 대표에 올랐는데, 단독 체제 출범 후 첫 성적표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이에 연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빠졌고 경영자 책임론이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친형' 양현석 프로듀서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가족 경영', '형제 경영'을 비판하기도 한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00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43.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21% 줄어든 933억원, 영업손실이 30억원이다. 컨센서스대로라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일부 주주들은 네이버 종목토론실 게시판 등에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상폐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주들은 'YG, 곧 상폐 된다고 소문 돌고 있다', '법인 해체 된다는 데 몰랐냐', '상장폐지 진짜냐'라며 공론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상폐설'에는 회사의 실적 부진에 더해 미흡한 주주환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29일 올해부터 2026년도까지 3개년간 연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0~20%를 현금배당으로 지급한다는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말 약 70억1600만원(별도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주주 배당에 실패했다. 주주환원책 공시에도 배당이 이뤄지지 않자 주주들의 원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이익잉여금이 올해 6월 말 기준 약 2089억4100만원에 달하는데도 중간 배당을 행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19.33%)인 양현석 프로듀서는 상반기 14억69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했다. 극심한 실적 부진에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부족한 상황에서 10억대 급여를 챙긴 데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상폐설로 이어졌다.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무보수 경영 등으로 책임 경영을 하는 타 총수와 비교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게다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수익성 악화로 방송 제작 자회사 매각도 진행 중이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2월 스튜디오플렉스 지분 60%를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스튜디오플렉스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제작사로,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지분 99.86%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이후 스튜디오플렉스가 제작을 맡은 작품들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잡음이 지속되자 실적도 부진했다. 스튜디오플렉스의 지난해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8억원, 1634만원이었다. 부채비율은 800%에 달했다.
미배당에 실적 부진과 자회사 매각까지 겹치며 주주들 사이에서 상폐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눈높이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7월 중순부터 증권가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목표가를 내린 곳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10곳에 이른다. KB증권은 기존 6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낮췄고,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5만7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하향했다. 삼성증권은 5만6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하나증권도 5만8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하향했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5만2000원에서 5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초 시작될 2NE1 투어의 경우, 10년 만의 진행인 만큼 공연장 규모가 작아 당장의 수익 기여는 제한적이다. 또한 직전 추정치 대비 프로모션, 콘텐츠 제작 등 투자성 비용 관련 추정을 높여 잡아 실적 추정치를 조정한 영향으로 목표주가를 4%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4% 줄어든 887억원, 영업손실은 36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레저 서울 콘서트 2회, 베이비몬스터 일본과 한국 팬미팅 투어가 개최됐지만, 앨범 컴백 및 대규모 월드투어는 부재했다"며 "따라서 주요 아티스트 컴백을 위한 콘텐츠 준비 비용, 무형자산 상각비 등 전 분기 나타났던 비용이 수익성 악화에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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