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비상문 온몸으로 막은 女승무원

김덕용 2023. 5. 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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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이륙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문이 강제로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착륙 과정에서 일부 승무원이 대처에 나서 추가 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대구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 착륙 이후 마스크를 착용한 승무원이 양팔을 벌려 비상문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항공기가 지상에 착륙했지만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이모(33)씨는 다른 승무원과 승객들의 제압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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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여객기 ‘공포의 착륙’
활주로 착륙 뒤 양팔로 입구 지켜
추가 피해 막으려 ‘안전바’ 설치도
승객 등 10명은 범인 제지 몸싸움
일부 승객 호흡 곤란 증세 병원행
경찰, 범행동기 등 추가 조사키로
항공사, 비상구 옆 좌석 판매 중단
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이륙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문이 강제로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착륙 과정에서 일부 승무원이 대처에 나서 추가 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대구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 착륙 이후 마스크를 착용한 승무원이 양팔을 벌려 비상문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기체 문이 열린 항공기가 공항 활주로를 달릴 때 승객이 추락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바를 설치하고 자신의 몸으로 비상문을 막아선 것이다. 당시 항공기가 지상에 착륙했지만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이모(33)씨는 다른 승무원과 승객들의 제압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대구국제공항 관계자 제공
이씨를 제압한 승객 이윤준씨(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는 “비행기가 착륙 뒤 활주로를 달리는 상황에서 한 승무원이 이씨가 항공기 밖으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양손으로 목덜미를 낚아챘다”면서 “이후 다른 승무원이 이씨를 제압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의 비상문 맞은편에는 승무원 좌석이 없어서 신속한 제어가 어려웠다. 문이 열린 뒤 승객 194명 중 승무원과 남성 승객 3명, 복도에 대기하던 2명 등 총 10명이 이씨를 제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승객 이씨가 지상 213m 상공에서 갑자기 항공기 비상문을 열면서 벌어졌다. 문이 열린 직후 비행기 객실 안으로 거센 바람이 들이쳐 일부 승객은 공포에 떨었다. 탑승객 194명 중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착륙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는 전날 구속됐다. 대구지법(부장판사 조정환)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범행이 중하고 도주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빨리 내리고 싶었다”며 “(비행기를 탔던)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울산 전국소년체육대회 참가를 위해 제주 초·중학생을 포함한 선수단 65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중 일정을 마친 학생 5명과 인솔자 3명 등 8명은 사고로 인한 불안감 등을 고려해 이날 선박을 이용해 제주로 돌아갔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한 승객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김형수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의자 상대로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착륙 당시 이씨를 제압했던 승무원과 승객 등을 불러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문을 착륙 직전 강제로 개방한 30대 남성이 지난 28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고가 발생하자 항공사 측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같은 기종의 비상구 옆 좌석은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좌석은 안전띠를 풀지 않고도 비상구 레버에 손이 닿을 정도로 문에 밀착돼 있어 비상시 승무원의 제어가 어렵다는 판단에 아예 비워두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방침은 항공편이 만석일 경우에도 적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구공항 1층 카운터에 상시 운영 중인 ‘항공기 이용 피해구제 접수처’에서 ‘비상 출입문 열림 사고’ 피해 접수도 시작했다. 이날까지 접수한 피해는 2건으로 항공사는 피해 내용을 토대로 의료비 제공 등의 지원책을 최대한 마련하기로 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일괄적인 피해 구제 설명은 안 나갔지만 이른 시일 내 구제책 제시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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