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대박 이 정도?…"새벽 4시부터" 인파 몰린 이곳 [현장+]
OTT 효과에…중국인 유학생도 찾아
연인·가족과 찾는 흑백요리사 식당
서촌에 흑백요리사 식당 5곳 위치
"새벽 4시 15분에 왔어요."
11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서촌의 중식당 '도량' 앞.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35명의 인원이 식당 맞은편 대기 줄에 서 있었다. 줄의 가장 앞에서 담요를 어깨에 걸치고 있던 시민은 "흑백요리사 보고 맛이 궁금해 와봤다"며 도착 시간을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출연한 요리사들의 업장도 인파로 붐비고 있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도량'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 됐다. '철가방 요리사'라는 별명으로 출연한 임태훈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방송에서 안성재 심사위원에게 "채소의 익힘 정도가 적당하다"며 칭찬을 받은 인물이다. 현재 이곳은 시민들이 가게 오픈 전부터 줄을 서면서 주변 민원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웨이팅의 웨이팅'도 마감 행진
이날 대기줄에 2등으로 서 있던 40대 이모 씨는 새벽 5시 20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부모님과 함께 흑백요리사를 너무 재밌게 봐서 작정하고 왔다. 다른 곳은 대부분 100% 예약제라 현장 웨이팅이 어렵다"며 "새벽 6시부터 이미 다섯 분이 와 계셨다"고 전했다.
12번째로 도착했다는 30대 오모 씨는 오전 7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금요일이 휴일이라 시간을 냈다"며 "새벽 2시부터 왔다는 블로그 후기도 있던데 그렇게까진 못했고 여자친구와 함께 와보고 싶어 줄을 섰다"고 말했다.
도량의 기존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이지만, 줄이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오전 일찍 직원이 출근해 대기표를 배부하고 있다. 이날은 오전 8시50분께 대기표 배부가 이뤄졌는데, 대기표를 받은 이들은 오전 10시에 다시 매장에 방문해 키오스크로 방문 확정 의사를 밝히고 메뉴를 주문해두면 된다. 오전에 대기한 줄은 '웨이팅의 웨이팅'인 격이다.
이날은 오전 7시 30분 이전에 왔어야 안정적인 점심 식사가 가능했다. 이날 7시 30분에 도착한 20대 김모 씨 일행부터는 '예비 번호'를 부여 받았다. 예비 번호란 이날 식사는 가능하지만, 브레이크 타임인 오후 3시 전까지는 식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기표를 배부하던 도량 관계자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밖에서 최대한 오래 기다리시지 않게끔 고민하다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임태훈 셰프님도 한정 수량 메뉴인 동파육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계신다.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모두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오전 8시께 방문해 '예비 번호'를 받은 20대 대학원생 여모 씨는 "최근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도윤 셰프의 '윤서울'을 갔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며 "원래 음식점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흑백요리사' 식당만큼은 줄을 서도 될 것 같다고 판단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방송의 세계적인 인기도 체감됐다. 중국인 유학생인 가을(24) 씨는 친구 핑쉔(29) 씨와 방문해 대기표를 받는 데 성공했다. 가을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흑백요리사'가 워낙 인기다. '샤오홍수(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도량을 알게 돼 찾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훈 셰프도 이날 한경닷컴 측에 "많은 분이 저희 도량을 찾아와 주신다"며 "오전 일찍 오셨음에도 식사를 못 하고 가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거듭 감사를 표했다.
도량이 유독 인기 끈 이유는
도량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요리는 동파육이다. 조리에만 6시간 이상 걸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대기 줄이 몰리는 이유다.
임 셰프는 방송 중 흑수저와 백수저가 일대일로 맞붙는 2라운드 흑백대전에서 '동파우미'라는 메뉴를 선보여, 백수저 여경래 셰프를 이겼다. 동파육 소스에 삼겹살 대신 소꼬리를 쓴 요리다. 이어 4라운드 레스토랑 미션에서도 주력 메뉴로 동파육을 택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해당 요리는 지난해 12월 성시경의 유튜브 먹방 콘텐츠인 '먹을텐데'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성시경은 "최근에 먹은 동파육 중 가장 맛있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9일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방송 직후 출연 셰프 식당의 평균 예약 증가율은 148%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도량은 캐치테이블 내 인기 검색어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도량이 인기 요인과 관련해 "파인다이닝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웨이팅 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이 가격 접근성이 낮은 식당을 위주로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관계자는 "흑백요리사 관련 식당은 대부분 예약제 식당이 많다. 현장 대기가 가능한 식당이 드물어 수요가 도량에 몰린 경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촌에 방문객이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량 외에도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세프들의 업장이 다수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오쁘띠베르(박준우 셰프), 421소호(이태우 셰프), 팔발라(채낙영 셰프), 네기 실비(장호준 셰프)다. 현재 위 식당들도 온라인상에서 방문 후기가 쏟아지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맛은 영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며 "셰프들의 탈락 여부, 순위와 무관하게 방송에 출연한 식당들이 두루 사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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