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강매에 기만적 인원제한…부모 가슴 못 박는 ‘키즈펜션’ 폭리

기준인원 낮게 잡고 인원추가 폭탄요금, 수영장 사용 강요에 취사도구 반입 막고 별도 판매
ⓒ르데스크

최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키즈 전용 숙박업소’의 도 넘은 상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수기를 이유로 터무니없이 높은 숙박요금을 책정하는가 하면 각종 추가요금을 거의 반강제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여름방학을 만들어주기 위한 부모들의 간절함을 악용한 ‘질 나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에 기름을 붓는 망국적 행태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적지 않다.

“지방 허름한 펜션도 여름만 되면 특급호텔 요금” 갈수록 심각해지는 숙박업소 폭리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맘카페’라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키즈 전용 숙박업소들의 부당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도 넘은 상술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뿐인 여름방학에 뜻 깊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을 악용해 폭리와 강매, 기만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폭리’로 지적되는 부분은 비성수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통상 비성수기엔 10만원 중반에서 20만원 초반이었던 1박 요금이 성수기엔 최소 5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오르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일례로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한 키즈 펜션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를 극성수기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간 침실 2개 규모 호실의 1박 요금은 평일·주말 상관없이 무려 75만원에 달했다. 반면 겨울철 비성수기 1박 요금은 평일 14만원, 주말 20만원에 불과했다.

▲ 키즈펜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주변 펜션 대부분이 비슷한 가격정책을 펼쳤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도 최소 2배 가량 차이가 났다. 반대로 심한 곳은 비성수기와 극성수기의 가격차이가 5배까지 나는 곳도 있었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키즈 펜션의 경우 침실 2개 규모 호실의 극성수기 1박 요금이 무려 80만원이나 됐다. 공교롭게도 현재 포털사이트 등에는 비성수기 평일 1박 13만원에 해당 호실을 이용했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이연정 씨(37·여)는 “휴가지 숙박업소 폭리 논란이야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요즘 들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며 “1박에 50~60만원이면 어지간한 특급호텔과 맞먹는 금액인데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이용하긴 하지만 한 번 다녀오고 나면 등골이 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뽑히는 수준이다”고 부연했다.

쥐꼬리 기준인원 잡고 수영장 이용 필수옵션 넣고 취사도구 반입 막고 ‘끊임없이 돈돈돈’

최근 기승을 부리는 상술은 더욱 충격적이다. 불법적인 강매나 사기에 가까운 기만 등의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가 아닌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비슷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부당한 줄 알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키즈 전용 펜션 이용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사안은 호실 규모나 최대 인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기준인원과 인원추가에 대한 요금 부과다. 10명이 충분히 쓰고도 남을 규모에 구조 또한 방 3개, 화장실 2개 등으로 구성돼 전혀 불편하지 않는 수준인데도 기준인원을 3~4명으로 설정한 후 인원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대분 인원추가 요금은 어른·아이 구분 없이 3만원 안팎으로 책정돼 있다.

▲ 여름방학을 반기는 초등학생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가령 기준인원 3명, 최대인원 10명, 인원추가 요금 1명 당 3만원 등으로 가격이 책정된 호실을 성인 4명, 아이 3명 등 총 7명이 해당 호실을 이용한다면 12만원의 추가요금을 내는 식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인원수에 맞춰 호실 규모를 선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넓은 호실에 기준인원을 적게 잡은 것은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상 소비자 기만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7살, 4살 자녀를 둔 직장인 김태훈 씨(38·남)는 “약 50평 규모에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의 단독 독채 펜션의 기준인원을 3명만 잡아 놓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인당 3만원의 추가요금을 받겠다고 하면 정해진 숙박비 보다 더 받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나”라며 “어떤 정신 나간 부모가 아이 한 명과 놀러 오는데 방 3개짜리 호실을 빌리겠나.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다”고 비판했다.

실내 수영장 이용 강요도 논란이 되고 있다. 거의 모든 키즈 펜션들이 성수기 숙박업소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실제 이용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실내 수영장을 이용하도록 강요하며 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소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받는다. 이미 수십만원의 숙박요금을 지불한 소비자들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3세 자녀를 둔 주부 황은주 씨(37·여)는 “얼마 전 가평에 위치한 키즈풀빌라를 이용하게 됐는데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실내 온수풀 사용이 필수 옵션이었다”며 “아이가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탓에 결국 이용하지도 않을 온수풀에 물을 채우는 비용 7만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도 아닌 여름인데다 야외수영장까지 있는데 왜 실내수영장 물 채우는 비용을 내야하나”라며 “끼워팔기 수준을 넘어선 강매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 서울 근교에 위치한 한 키즈펜션 전경.(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여행음식의 대표 주자인 바비큐 재료에 대해서도 거의 강매나 다름없는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절대 다수의 키즈 펜션들은 버너나 여타 불을 피울 도구 반입을 금지하면서 숯이나 화로 등은 돈을 받고 제공하고 있다. 가격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여행을 선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질 나쁜 상술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키즈 전용 숙박업소의 부적절한 상행위에 대해 강매, 기만 등 불법의 여지가 다분하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단호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면 둘째, 셋째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망국적 행태로 봐도 무방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수기일지라도 기존 가격 대비 과도하게 값을 올리는 것은 바가지 요금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다”며 “바가지요금 신고를 받아도 법적 처벌근거가 부족해 형식적인 계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 후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행위 또한 엄연한 불공정 거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