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웨이 ‘EUV 없는 1.4나노’ 선언… K반도체, 정신 바짝 차려야
![화웨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dt/20260526163519748xtpb.png)
중국 화웨이가 네덜란드 ASML의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독자 기술로 2031년까지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 미세 공정을 달성하겠다는 충격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국의 견제로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업체가 장비 조달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와 아키텍처(설계) 혁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제일재경 등 중화권매체에 따르면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및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사장을 맡고 있는 허팅보는 전날 콘퍼런스에서 '무어의 법칙'을 대신할 '타오의 법칙'(the Tau Scaling Law)을 제시했다. 무어의 법칙은 선폭을 줄여 약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를 2배 증가시킨다는 개념이다. 반면 타오의 법칙은 선폭을 줄이지 않는 대신 평면으로 넓게 펼쳐져 있던 회로(Logic)를 수직으로 접어(Folding) 쌓아 올리는 로직폴딩 적층 설계를 적용한다면 집적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화웨이는 이미 지난 6년간 타오의 법칙에 근거해 반도체 381종을 설계·양산했으며, 올 가을 처음으로 로직폴딩 기술을 완전히 채택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치린(麒麟) 칩'을 선보일 예정이라고도 했다.
화웨이가 내세운 '타오의 법칙' 은 두가지 점에서 충격적이다. 첫째는 첨단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ASML 장비 없이 미세 공정을 개발 중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EUV 장비가 없으면 중국이 7나노 이하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낙관론이 주류였다. 그러나 중국은 그 장벽을 보란 듯이 허물며 우리 턱밑까지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는 2031년까지 1.4나노 미세 공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1.4나노 공정은 TSMC가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2029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주력 공정은 현재 3나노이며, 2나노 공정은 하반기 적용할 예정이다. 만약 화웨이가 공표대로 2031년에 1.4나노를 달성하면 삼성을 바짝 추격하는 셈이다. 화웨이 뿐만 아니다. D램, 낸드플래시(NAND),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분야에선 CXMT(창신메모리)와 YMTC (양쯔메모리)가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반도체 장비도 하루가 다르게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 제재라는 최악의 조건속에서도 살아남을 길을 찾아낸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지금 K반도체의 현실은 어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최대 이슈는 성과급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이익 배분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중국의 반도체가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 등을 업고 질주하고 있는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는 뒷전이다. 정부와 여당 , 일부 시민단체들 또한 반도체 이익은 국민들이 밀어준 덕분이라며 성과급 배분에 숟가락을 내민다. R&D를 위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만이라도 풀어달라는 호소는 들은 채 만 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가르는 행위다. K반도체의 골든 타임은 얼마남지 않았다. 경기 슈퍼 사이클에 취해 흥청망청 시간을 보낸다면 과거 독일, 일본 같은 D램 강국이 그랬던 것처럼 몇년내 도태될 수도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대한민국에 주는 경종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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