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TOP 박준형 원장의 화려했던 ‘라스트 댄스’ “사람냄새 나는 곳에서 일한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지난 7일을 시작으로 10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하늘내린인제 2025 전국 유소년 농구대회’. 총 9개의 종별에서 105개의 팀, 1060명의 선수들이 인제를 찾아 무더위를 잠시 잊으며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유소년 클럽 농구에 잔뼈가 굵은 박준형 원장이 이끄는 안산 TOP 농구교실은 총 6개의 종별(U10부, U11부, U12부, U13부, U14부, U15부)이 출전하여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자랑했다. 안산 TOP는 여기에 단순 참가에 그치지 않는 훌륭한 경기 내용을 선사, 총 3개의 종별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특히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U15부의 결승전에서는 46-33으로 시흥 TOP를 제압하며 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는 기쁨을 즐기기도 했다(U10부 공동 3위, U14부 준우승).
대회 기간 쉴 틈 없이 안산 TOP의 호성적을 위해 노력한 박준형 원장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준형 원장은 대회의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전국 최고 규모의 유소년 대회를 치른 전반적인 소회,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에 대한 감사함을 길게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동생들을 시작으로 중학교 3학년 형들까지 3박 4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해줬다. 6개의 종별에 참여를 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좋은 성적을 낸 종별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종별이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성실하게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한 것에 있어서는 우리 TOP 농구교실이 최고이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모든 종별의 아이들과 훈련하는 동안 소통을 잘하려 노력했고, 부족한 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려 했던 것이 전반적인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선수들을 향한 박준형 원장의 진심이 크게 담긴 말이었다.
모든 유소년 농구 지도자들이 그렇지만, 박준형 원장은 그 중 독보적인 에너지를 가진 지도자 중 하나다. 선수들이 느슨한 모습을 보이거나 기본기를 망각하면 마치 ‘호랑이’로 돌변하여 강한 정신력을 주입하기도 하지만, 이외의 시간과 코트 밖에서는 삼촌, 친구 같은 선생님으로 돌아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이 TOP 농구교실의 든든한 존재로 자리 잡은 박준형 원장. 그는 본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미안한 점도 많았다고 전하며 그 이유를 덧붙였다.
박준형 원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많다. 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원장으로서 골고루 출전 시간을 가져가게 해야 했는데, 단체 스포츠인 농구 특성상 출전 시간을 많이 못 준 아이들도 많았다. 이것은 대회 기간 내내 아이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라고 유소년 클럽 농구 지도자로서 어쩌면 매번 안고 살 수 있는 고민 가득한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그렇기에 박준형 원장은 지난 7월 말 양구군에서 열린 ‘DB손해보험 2025 KBL 유스 클럽 농구대회 IN 청춘 양구’와 본 대회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자했고, 선수들과 뜻깊은 추억을 남기면서 지도자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준형 원장은 “지난 7월 말 열린 KBL 유스 클럽 대회는 그간 클럽 농구 지도자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성적만을 바라보고 준비했던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후회 없이 일정을 마쳤던 대회였다. 그런 의미에서 인제군에서 열린 이번 유소년 대회는 나에게는 마지막 공식 대회인 만큼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쌓는 데 더 집중했다. 성적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아이들과 대회 기간 인제군에서 동고동락하며 평소와는 다르게 코트 밖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랑 조금이나마 추억 하나를 더 남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는 달성하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은 후련하다”라고 마지막 두 대회를 보내는 동안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나는 정겹고 온화한 사람 냄새나는 곳에서 일을 한 사람이다”라고 힘주어 말한 박준형 원장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은 오히려 다 큰 어른들이 배워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나의 지도로 아이들이 농구적으로, 또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에 있어서 내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나에게 배운 것보다는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다.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공간인 TOP 농구교실은 나에게 ‘행복’말고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라며 TOP 농구교실 원장으로 보낸 지난 기간의 소회를 덧붙였다.
인터뷰가 한창이던 시점, 인터뷰에 응하던 박준형 원장 뒤로는 U15부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우승의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중이었다. 박준형 원장은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긴 시간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감정을 추스른 후 말을 이어간 박준형 원장은 “모든 TOP 농구교실 아이들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항상 나에게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실력이 좋고 부족하고를 떠나 아이들 모두가 고마운 제자들이면서 동시에 든든한 친구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는 농구 코트 밖에서도, 좋은 사람으로 올바르게 성장했으면 마음이다. 농구 교실을 떠나는 지금, 내 유일한 소원이다. 그 정도로 나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것이 많다”라며 눈시울을 붉힌 이유와 선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가 진심을 다해 유소년 선수들을 대한 것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지도자로서 모든 일정을 마친 박준형 원장은 이제 진짜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그간 주말 없는 삶을 오래 살아왔기에 그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궁금해졌다.
“안그래도 이번 대회 기간 나에게 많은 지도자분들이 오셔서 물어보셨다. 너 앞으로 뭐 하고 지낼 것이냐고 말이다. 솔직하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대학교 졸업 이후 쉼 없이 달려왔기에 어떻게 쉬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일단은 그냥 계획 없이 오로지 휴식의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보지 않을까 싶다.” 박준형 원장은 무계획(?)의 상태를 전하며 홀가분하게 웃었다.

이 질문을 듣는 박준형 원장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내놨다. “음… 가능하다면 다시 농구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유소년 클럽 농구에 큰 공을 세운 박준형 원장. 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금 코트에 나타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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