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아…꿈을 좇아…연 1만 여 명이 떠난다

광주·전남 청년 ‘엑소더스’ <1> 서울로… 수도권으로…경제 기회·교육 문화 인프라 등수도권은 광주·전남과 큰 차이대기업 몰려있고 대중교통도 좋아수도권 ‘과밀’·지역 ‘소멸’ 가속화
매년 광주·전남 청년 1만 여명이 일자리와 교육 여건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일요일인 24일 교내 도서관 별관(백도)으로 들어가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전남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서 매년 평균 1만여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간 일자리·경제적 기회, 그리고 교육·문화 인프라의 과도한 격차 때문이라는 게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같은 지역 청년들의 과도한 수도권행은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고,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수도권행 대신 고향에서 미래를 찾는 청년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집값과 물가가 높은 수도권 생활보다는 고향에서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고향을 떠나려는 청년과, 고향에서 자신만의 꿈을 좇는 청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향을 떠나는 이유를 들어보고 이에 대한 대안 등을 3차례 제시한다.
#.전남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곽주희(여·22)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씨는 “인턴을 뽑는 기관도 서울에 훨씬 많고, 직무 종류도 다양해 지방과 경험의 질 차이가 크다”면서 “문화생활면에서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무조건 서울에서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호(26)씨도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고향 광주를 떠나 서울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신씨는 “지역보다 관련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했고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주변 동료들도 3분의1 정도는 서울에서 취직했다” 며 “힘들고 어려워도 큰물에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서울행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올해도 과거처럼 어김없이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행을 택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 간 인적 자원, 교육과 문화생활 등의 격차를 체험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확인한 2007년 청년패널 조사와 2021년 청년패널 조사를 비교한 ‘청년패널 조사 심층 분석-코호트 변경에 따른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대비 2021년 전국 지역별 취업자 비중은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화했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2007년에는 서울(27.1%)과 경기(18.8%), 인천(5.4%)에서 취업한 비중이 51.3%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2021년에는 서울(29.1%), 경기(24.7%), 인천(5.4%) 취업 비중이 59.2%로 60%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광주에서 취업한 비율은 2007년 3.3%에서 2021년 2.5%로 줄었고, 전남은 2007년 2.6%에서 2021년 3.0%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기관 취업을 준비 중인 김예진(여·23)씨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서울에 있는 금융공기업으로 취업하고 싶다”며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 모두 서울에 몰려 있고, 지방보다 높은 연봉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운전을 선호하지 않는데 수도권은 대중교통이 잘돼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씨 주장은 통계청 ‘기업생태 분석지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금융기업(법인)의 80.19%가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 소재 금융기업은 2만1802곳에 이른다. 반면 광주 내 금융 기업분포는 0.82%로 전국 17개 시·도 중 13위, 전남은 0.89%로 전국 10위권에 머물렀다.

청년들은 수도권의 우수한 인적 네트워크에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미디어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윤모(여·25)씨는 “희망하는 직종의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고 싶다”면서 “사회 초년생의 경우 서울에서 다양한 기회가 많은 만큼 취준생 기간을 서울에서 보내려 한다. 같은 직종이어도 인력 풀의 규모가 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영광에서 태어나 20년을 살다 서울행을 택한 정선형(여·22)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씨가 취업하고 싶은 지역 역시 서울이다. 정씨는 “수도권이 취업 기회와 인프라 측면에서 더 우세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을 만나 경쟁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수도권보다 낮은 지역 기업의 연봉 수준도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내보내는 주원인 중 하나다. 특히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쉽다는 반응도 주류를 이룬다.

실제 2022년 통계청 ‘시·도·산업·종사자 규모별 사업체 수, 종사자 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대기업 사업체 수는 4475개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사업체 수는 2580개로 5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광주에서 직업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김가현(29) 상담사는 “대다수의 대학 졸업자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위주로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청년들은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지역은 한정돼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떨어진다는 ‘인식’ 탓에 청년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김현철 전남연구원 부원장은 “지역 청년의 수도권 유출은 지극히 오래된 문화지만 학벌 중심의 사회 풍토가 고착화하고, KTX 등으로 교통편이 좋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기업 등 일자리, 경제 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현 구조를 쉽게 깰 수 없는 게 현실로, 원론적인 말이지만 지역 내에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려는 정책적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또 “청년층 모두가 대기업 등 직장에 대한 로망이 있기 마련”이라며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등 저변에 깔린 오래된 인식도 깨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강민지·김다예·김채원·남진희·이승환·정은·정경선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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