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 9회 연속 동결… 한은 “인하 아직 이르다”

김수미 2024. 2. 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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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금통위, 전원 일치로 결정
물가 2%대 떨어졌지만 아직 높아
사상 최고치 가계부채 부담 여전
대부분 금통위원 “3개월은 동결”
이창용 총재 “금리 정책 잘못으로
부동산값 올리는 일 없도록 최선”
2024년 성장률 2.1%·물가 2.6% 유지
“반도체 회복… 상품수지 흑자 확대”
경상수지 흑자 520억달러로 상향

국내 소비 및 투자 부진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고금리를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상반기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오는 6월 이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한은도 일러야 7월, 늦으면 4분기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금통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인상한 뒤 2·4·5·7·8·10·11월과 지난달에 이은 9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에 따르면 7명의 금통위원 중 이 총재를 뺀 5명은 향후 3개월 금리를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물가안정 목표치(2.0%)보다 여전히 높은 탓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머지 금통위원 1명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 사전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4월 위기설’이 불거진 데 대해 “총선 이전에 부동산 PF가 넘어질 것을 다 막아줘서 이후에 터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오해”라며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금리를 내릴 때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거시안정 정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몇 년 동안 저희가 배운 레슨(교훈)”이라며 “금리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유지했다. 지난해 1.4%의 저성장에 그쳤던 한국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지난 11월 전망과 같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뿐 아니라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제시한 2.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내수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11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수출 개선이 0.1%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6%, 건설투자 증가율은 -2.6%로 각각 예상됐다.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민간소비(1.9%)는 0.3%포인트, 건설투자(-1.8%)는 0.8%포인트 각각 낮춰잡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는 연간 520억달러로 전망했는데, 지난해 11월 전망(490억달러)보다 30억달러 늘렸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특가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 미국의 양호한 성장, 국내 수요 둔화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6%를 유지했다. 다만 식료품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더딘 소비 회복세 등을 감안해 지난해 11월 전망(2.3%)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조정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물가는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가 이후 완만하게 낮아지면서 올해 말에는 2%대 초반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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