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흥행타고 공포물의 귀환… ‘자극추구’ MZ들이 이끌었다

안진용 기자 2026. 5.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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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만 돌파하며 흥행 1위 눈앞
2003년 ‘장화, 홍련’ 넘어설듯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인기
비영어 TV쇼 부문 1위 차지해
1030의 고통 분산 기대감 충족
참신한 신인배우들 활약도 눈길
물귀신이 출몰하는 저수지인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공포를 그린 영화 ‘살목지’는 배우 김혜윤(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종원, 장다아, 오동민 등 젊은 배우들의 호연과 맞물려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MZ 호러’라 불린다.

“극장가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 공포영화가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998년 6월에 게재된 기사 속 한 줄이다. 그런데 28년이 지난 지금, 이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MZ세대와 그 뒤를 잇는 알파세대의 지지 속에 공포영화 ‘살목지’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된 극장가에 단비를 뿌리고 있다. 또한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 ‘기리고’ 역시 2주 만에 비(非)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자극 추구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가 공포물의 인기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살목지’ ‘기리고’… 체험형 공포의 쾌감

‘살목지’는 개봉 33일째인 지난 10일까지 302만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80만 명)의 4배에 육박한다. 이 기세라면 역대 공포영화 흥행 1위인 ‘장화, 홍련’의 최종 스코어(314만 명·2003)를 23년 만에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공포영화다. 배우 김혜윤, 이종원 등 대다수 젊은 신인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으며 1995년생 이상민 감독도 새로운 얼굴이다. 즉 ‘이름값에 기댄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살목지’의 인기는 하이퍼 리얼리즘(현실성을 극대화시킨 픽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충남 예산의 살목지(산묵) 저수지와 관련된 민담·괴담은 이미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바 있다. 기존 이야기를 차별화하기 위해 이 감독은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체험형 공포’를 강화했다. 이 감독은 “물귀신에 홀리는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 직접 겪는 듯한 공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고, 이런 연출 의도는 적중했다.

영화 개봉 후 유튜브에는 “실제 살목지에 가봤다”는 체험 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예산군 저수지는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했고 ‘살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기리고’ 역시 체험형 공포물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 소원을 빈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는 앱이 매개체다. 드라마 홍보 차원에서 넷플릭스가 만든 동명의 앱 ‘기리고’는 실제 구글 앱스토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1일 현재 엔터테인먼트 분야 다운로드 1위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0∼20대 등 젊은 세대는 ‘자극 추구 성향’을 갖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통해 쾌감을 얻는 것인데 공포영화를 보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공포물을 보는 동안 현실에서 얻는 스트레스 등 고통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취업이나 경제적 압박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기리고’는 저주의 앱을 매개로 한 학원 공포를 그렸다.

◇왜 공포물은 ‘젊은이’의 전유물이 됐나

멀티플렉스 CGV에 따르면, ‘살목지’의 예매율은 20대(35%)가 가장 높다. 30대(23%)가 그 뒤를 잇고, 10대(14%) 비중도 다른 영화에 비해 높은 편이다. 총 관람객 302만 명 중 72%가 10∼30대다.

공포물은 향유 계층뿐 아니라 출연진도 젊은 편이다. 이는 공포물이 갖는 하나의 공식이다. 공포물은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몸값 높은 기성 배우보다는 참신한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다. 그래서 배우 사관학교이자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최강희, 김옥빈, 송지효, 박예진 등이 이 작품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배우 하지원은 영화 ‘가위’ ‘폰’ 등에 출연하며 ‘호러퀸’으로 이름을 알렸다. 배우 임수정과 문근영 역시 ‘장화, 홍련’이 그들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을 소재로 삼아 268만 명을 모은 공포영화 ‘곤지암’은 위하준, 박지현, 박성훈 등을 배출했다. 같은 맥락으로 ‘살목지’의 이종원, 윤재찬, 장다아를 비롯해 ‘기리고’의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이효제 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리고’를 연출한 박윤서 감독은 “기성 배우, 신인 배우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보기가 힘든 장르이다 보니 그런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젊은 배우들의 밝은 이미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나이 든 60대 폭주족은 드물지 않나?”라면서 “나이 든 세대는 자극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크다. 그렇다 보니 작품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공포 상황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자연스럽고 또래 관객들이 이를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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