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역사적인 8000선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격렬한 랠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 이면에서는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대거 강제 처분되는 잔인한 청산 대란이 휘몰아쳤다.
최근 발생한 단기 급락장에서 증권사 돈을 빌려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던 개인 계좌들이 무더기로 담보 부족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단 하루 만에 무려 1,500억 원에 육박하는 강제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며, 통계적 착시가 있었던 과거 사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매매가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협회 조사 결과, 단 하루 동안 집계된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 처리 금액은 무려 1,458억 원으로 파악되어 증권 업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대규모 청산 사태는 코스피가 일시적인 조정을 받기 시작한 사흘간 집중적으로 몰렸으며, 첫날 917억 원을 시작으로 이튿날 676억 원이 처분된 데 이어 마지막 날 정점을 찍었다.
결과적으로 단 3거래일 만에 약 3,0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강제 매각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시장의 변동성을 극도로 키웠다.

이번 반대매매 폭탄의 도화선이 된 것은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초로 8000선을 돌파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던 지난 15일 전후의 과열 양상이었다.
당시 눈앞의 단기 급등에 흥분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수거래 계좌를 대거 열고 증권사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다 썼다.
그러나 환호도 잠시, 시장이 예상치 못한 급락세로 돌아서자 미수거래의 엄격한 상환 기한과 증거금 유지 조건을 채우지 못한 개인 계좌들이 줄줄이 하한가 반대매매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주식 매수 대금의 일부만 내고 남은 대금은 결제일까지 상환해야 하는 초단기 대출 상품이기에 주가 하락 시 치명적인 독으로 돌변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증권사는 채권 회수를 위해 이튿날 아침 동시호가에 무조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강제 매도 주문을 넣는다.
문제는 이러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추가로 폭락하고, 이는 다시 다른 정상 계좌들까지 담보 부족으로 만드는 공포의 연쇄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가장 비극적인 대목은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물량이 강제로 청산당해 바닥을 찍자마자 시장이 거짓말처럼 다시 급반등했다는 사실이다.
반대매매가 최고조에 달한 바로 다음 날, 삼성전자 노사 협상의 극적인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투자 심리가 한순간에 살아났고 코스피에는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져진 매물을 헐값에 받아먹으며 지수를 다시 8000선 위로 끌어올리는 동안, 강제 청산으로 주식을 빼앗긴 개인들은 반등의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구경만 해야 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만큼, 탐욕에 눈먼 레버리지 투자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지수가 대세 상승 흐름을 타는 것처럼 보일 때 미수거래는 엄청난 대박을 안겨줄 무기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원금이 단 며칠 만에 휴지조각이 되는 파멸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방향성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시기일수록 무리한 빚투를 지양하고 철저히 본인의 가용 현금 내에서만 움직이는 이성적인 방어 투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