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유가…원유 인버스 ETN 불붙었다
유가 조정에 베팅 저점매수세 유입
하루만에 80弗선 내려오자 큰 수익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오히려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을 전망한 투자 수요가 집중되며 일부 종목은 거래대금이 유가 폭등 직전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 시장에서 ‘N2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거래대금은 27억 411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거래일 거래대금인 1억 1232만 원 대비 2340.5%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날 ‘메리츠 솔랙티브 -2X WTI원유 선물 ETN(H)’ 거래대금도 51억 5613만 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2억 6055만 원) 대비 1878.9% 증가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유가가 진정세를 보인 이날도 두 상품의 거래대금은 각각 15억 4298만 원과 64억 3858만 원을 기록했다. 유가 폭등 이전보다 월등히 증가한 수준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원유 인버스 상품은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구조의 파생상품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가격이 하락한다. 전날 유가가 폭등하며 두 원유 인버스 ETN의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48.57%, 45.29% 급락했다. 그럼에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유가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에 베팅해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원유 인버스 ETN은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N2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33.33%, ‘메리츠 솔랙티브 -2X WTI원유 선물 ETN(H)’은 39.11% 수익률을 거뒀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17.65%,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18.10% 상승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에 투자하는 TIGER 원유선물Enhanced(H)와 KODEX WTI원유선물(H)은 각각 13.87%와 14.08% 하락하는 등 손실을 냈다. 전날 각각 27%, 29%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지만 유가 움직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큰 변동세를 보였다. 급등했던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뒤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9일(현지시간) 종가 대비 4.61% 하락한 배럴당 88.42달러(약 12만 9800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56% 하락한 배럴당 84.94달러(약 12만 4680원)로 떨어지며 90달러(약 13만 210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원유의 공급 불안이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원할 경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9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기간 구조적 유가 상승을 제외하면 유가 상승이 경제와 증시에 미친 영향은 단기에 그쳤다”며 “주가 방향은 전쟁 자체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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