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 빚 갚아주세요” 암 환자 유언에…‘의료 지옥’이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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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겁니다. 제 삶을 축하하기 위해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의료 부채를 사서 (대신) 그 빚을 없애주기로 했습니다."
매킨타이어는 글에서 "저는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많은 사람이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친구들에게도 '아르아이피(RIP·Rest In Peace) 의료 부채'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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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좋은 보험, 좋은 치료에도 청구서 끔찍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겁니다. 제 삶을 축하하기 위해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의료 부채를 사서 (대신) 그 빚을 없애주기로 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케이시 매킨타이어(38)는 남편이 15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러한 마음을 전했다. 매킨타이어는 2019년부터 난소암 치료를 받았지만 남편과 두살도 안 된 딸을 남긴 채 지난 12일 눈을 감았다. 남편이 그가 떠난 뒤 유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글에서 “저는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많은 사람이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친구들에게도 ‘아르아이피(RIP·Rest In Peace) 의료 부채’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제가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운동은 2014년 출범한 의료 부채 탕감 운동으로, 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빈곤층 가구의 의료 부채를 사 빚을 탕감해주는 방식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료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다른 환자들을 지켜봤던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제안한 것이다.
매킨타이어의 유언이 알려지자 그가 생전에 개설한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모금 계정에는 이날 기준 55만310달러(약 7억750만원)가 모였다.
매킨타이어의 남편은 18일 에이피(AP) 통신에 “부인은 좋은 (민영) 건강 보험에 가입했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훌륭한 치료를 받았다”며 “그런데도 우리 부부는 끔찍한 청구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는 암 완치를 꿈꾸는 대신 의료 부채에 짓눌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고비를 넘긴 매킨타이어는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운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교회 신자들이 약 300만달러(약 38억5490만원)의 의료 부채를 소각하는 영상을 본 뒤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에이피는 미국 의료 체계에서 환자들은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막대한 청구서가 쌓여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적인 건강 문제로 입원하거나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비영리단체 케이에프에프(KFF)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성인 10명 가운데 1명꼴로 적어도 250달러(32만원)의 의료 부채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운동 주최 쪽은 의료 부채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사기 때문에 기부금 1달러로 약 100배에 이르는 100달러의 의료 부채를 탕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최 쪽은 매킨타이어처럼 사후에 아르아이피 의료 부채 운동이 시작된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기부금은 연 소득이 연방 빈곤 수준(FPL)의 4배 미만이거나 의료 부채가 연 소득의 5% 이상인 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매킨타이어의 남편은 19일 뉴욕타임스에 “매우 놀랐다”며 “케이시의 훌륭하고 행복한 삶이 이런 방식으로 이어지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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