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요즘 초딩 최고 선물은 ‘구글 기프트 카드’... ‘디지털 네이티브’ 입맛에 딱
“장난감보다 게임 아이템이 더 좋아”
전문가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특성”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39)씨는 자녀 생일선물로 ‘기프트 카드’ 5만원권을 샀다. 로봇이나 퍼즐 등 장난감을 사주려고 했지만 아이가 꼭 기프트 카드를 받고 싶다고 해서다. A씨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불과 몇 주 전까지 유행했던 게 오늘 인기가 없어지는 일이 흔하다”며 “장난감 같은 건 구하려면 매장에서 줄서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프트 카드는 그때 그때 유행하는 게임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5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수십 만명의 회원을 둔 네이버와 다음 맘카페 등에서도 초등학생 자녀의 선물 추천으로 ‘구글플레이 기프트 카드’가 가장 자주 언급된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기프트 카드를 80~90% 가격에 사고 싶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프트 카드는 카드에 적힌 코드를 구글 계정에 등록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보고 싶은 영화, 앱 등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금액은 1만원부터 15만원까지 다양하고 편의점이나 마트, 이커머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매장 안 가도 원하는 아이템 구매 가능”... 부모, 자녀 모두 ‘디지털에 익숙’
기프트 카드의 장점은 매장에 가서 줄을 서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 만족도도 높고 주는 사람도 선물을 뭐 살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학부모 김모(38)씨는 “선물은 마음에 안들 수도 있어서 고르는 게 귀찮은데 기프트 카드는 받는 사람도 좋고 주는 사람도 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기프트 카드가 유행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점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부모인 197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출생은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2007년 중고생 혹은 대학생이었고 그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게 된 덕분에 요즘 초등학생들은 다른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 이용에 능숙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라며 “친구들과도 주로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대화 주제도 온라인에서 봤던 내용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래집단 문화 특성상 소외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프트 카드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물질적 풍요가 보장된 덕분에 물품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자녀 가정 증가로 요즘 초등학생들은 물질적 결핍을 잘 느끼지 않는 반면, 부모들이 게임이나 온라인 거래는 무분별하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프트 카드를 갖고 싶은 욕구를 품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받는 순간 금액 확인 가능... “낮은 금액대 사주기 힘들어”
기프트 카드가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현금과 마찬가지로 받는 순간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보니 처음부터 낮은 금액대의 기프트 카드를 사주기 어렵다고 한다. 금액대가 가장 낮은 1~2만원짜리 기프트 카드를 사줬다가 아이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얼마짜리 기프트 카드를 받았다”고 서로 공유하는 것도 학부모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경기도 수원의 학부모 정진호(42)씨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가 이모한테 10만원짜리 기프트 카드를 생일선물로 받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부러워 하던데, 나는 속으로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라며 “이제 고작 10살 된 아이한테 현금 10만원을 쥐어주는 것과 똑같지 않나”라고 말했다.
기프트 카드로 앱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해 아이들의 무분별한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생 1,2학년 두 자녀를 둔 이모(35)씨는 “아이들한테 한달에 두 번은 1만~2만원짜리 기프트 카드를 충전해줬는데, 처음에는 고마워하더니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충전해달라고 하더라”라며 “너무 쉽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보니 경제관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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