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하인드]10개월이나 中 교도소에 수감됐던 손준호, 승부조작 '최종 무혐의'

박찬준 2024. 3. 26.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길고 길었던 '319일'이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가 마침내 고국의 품에 안겼다. 중국 교도소에 있던 손준호는 최근 석방돼, 25일 오후 전격 귀국했다. <스포츠조선 단독 보도> 스포츠조선의 보도 이후 외교부도, 대한축구협회도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해당 사실을 전했다. 손준호는 무려 319일만에 한국땅을 밟는 감격을 누렸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손준호의 가족과 에이전트들이 나와 귀환을 함께 했다. 이들은 함께 얼싸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손준호는 곧장 자택이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손준호는 내려가는 길에 대표팀에 소집된 '절친' 손흥민(토트넘) 김진수(전북) 등과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호의 석방 소식은 A대표팀에서도 화제였다. 손준호의 동갑 친구 이재성(마인츠)은 "기쁜 소식을 들어 감사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동료들이 기도하고 응원해왔다"며 "준호가 좋아하는 축구를 다시 하길 응원한다"고 했다. 손준호는 한국에 오자마자 치과 진료, 심리 검사와 치료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10개월'이었다. 불행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손준호의 생일 당일이었던 작년 5월 12일이었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손준호는 리그 경기를 마친 후, 한국으로 귀국하려다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공안에 연행됐다. 당시 파비오 감독대행의 허락을 받았고, 중국으로 오는 왕복 항공권까지 구입한 상황이었다. 손준호는 가족과 출국 심사까지 받았지만, 탑승 게이트 앞에서 붙잡혔다. 손준호는 당초 참고인 조사 정도로 생각하고, 걱정하던 가족들을 안심시키며 한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손준호는 곧바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에서 실시하는 강제수사다. 수사 주체가 랴오닝성 공안 당국이라 손준호는 체류 지역인 산둥성으로 이송됐다.

손준호에게 승부조작 혹은 뇌물 혐의가 거론됐다. 당시 중국 축구계는 만연한 부패, 비리 척결을 위한 강력한 사정 바람이 불었다. 앞서 산둥 소속의 재중 교포 선수 진징다오가 체포됐고, 하오웨이 전 산둥 감독도 비위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의 중국 이적에 관여한 한족 출신 에이전트도 체포됐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혹은 뇌물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때까지도 손준호는 곧 풀려날 것이라 생각, 그라운드 복귀를 염두에 두고 삶은 달걀 위주의 식단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흘렀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손준호 면담에 나서는 등 외교부가 움직였지만, 중국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한중 양국의 외교 관계까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도 관계자와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인 박대연 NEST 대표는 중국 대형 로펌을 선임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계약 자료, 통장 내역 등 관련 자료들을 모두 정리해 보냈다.

그 사이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17일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돼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구속 수사 전환은 정식으로 사법 처리 수순에 나섰음을 뜻했다. 앞서 하루 전날 중국 외교부는 손준호가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그럼에도 수사는 승부조작에 초점이 맞춰졌다.

손준호는 외국인이지만, 내국인처럼 수사를 받았다. 구금이 길어진 이유다. 중국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내국인 수사는 기본 1년 정도 걸린다. 공안 수사만 7개월이 소요되는게 일반적이다. 손준호가 외국인이지만, 내국인처럼 대우를 받으면서, 수사 기간도 길어지고, 소환이나 보석 요청이 모두 기각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행히 손준호는 빠르게 수사가 마무리됐다. 수감 생활 중에도 여러 배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준호는 수감 중에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새해 들어 중국축구협회 주요 간부들의 혐의가 인정, 사법 처리에 속도가 붙으며 기류가 달라졌다. 손준호 사태 역시 곧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3월 들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최근 재판이 마무리됐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관련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석방 후 호텔에 머물며 신변을 정리한 손준호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5일 오후 7시30분 한국으로 돌아온 손준호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박대연 대표는 "손준호의 현재 상태는 괜찮다. 본인도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몸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 오랜 수감 생활에도 정신적으로 안정적이다. 오랜 기간 응원해주시고 힘이 되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많은 배려를 해주신 중국 당국에도 감사드린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그라운드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손준호도 최선을 다하고, 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