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의 정리 대상, 키움에는 전략 자산
비즈니스 구조가 경영 전략 방향 결정
토스 추격, 키움 ‘자체청산시스템’ 방어
자본의 이동은 때로 냉혹할 만큼 정교한 계산의 산물이다. 동일한 자산을 두고 한쪽은 팔고 다른 한쪽은 산다.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버려야 할 ‘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본업의 명운이 달린 ‘보루’가 되기도 한다.
2025년9월 키움증권이 신한투자증권 미국 법인을 3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거래는 M&A 시장에서 흔히 있는 소규모 해외법인의 양도양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두 증권사의 대비되는 돈 버는 방식의 차이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다.
신한투자증권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 법인을 키움증권에 양도하며 현지 리테일 사업에서 철수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국내 개인고객의 미국 주식거래 ‘수직 계열화’ 추진을 위해 인수했다. 이들 두 증권사의 서로 다른 전략 방향은 2026년5월 현재 국내 증권업이 직면한 현실과 변화를 보여준다.
2026년 1분기 실적이 마무리된 지금 국내 증권업계는 유례없는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증가가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미국 법인을 두고 벌인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엇갈린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키움의 브로커리지 집중과 순이익 1조원 돌파
최근 3년간 키움증권의 실적은 압도적이다. 2024년 당기순이익이 8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증가했고 2025년은 1조1149억원으로 33.5% 증가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26년1분기에만 순이익이 4774억원으로 올해 2조원대 달성도 기대된다.
키움의 성장 동력은 ‘브로커리지’다. 2024년 영업이익이 1조247억원으로 116.9% 증가했고 2025년은 1조4882억원으로 35.5% 늘었다. 2026년1분기 영업이익은 6212억원으로 90.9% 증가하며 3년간 영업이익률 업계 1위를 지켰다. 하지만 키움증권 영업이익 중 순수수료손익 비중이 2024년 69%에서 2025년 54%로 추세 하락했다.
2026년 1분기 수익구조는 시장경쟁에서 키움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주식 수수료가 3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8% 증가하고 일평균 약정금액은 215.9% 증가한 27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약정금액의 시장점유율은 29.6%에서 25.7%로 3.9%포인트 하락했다. 절대 거래량은 3배 늘었지만 점유율은 떨어졌다. 2025년 토스증권은 수수료수익이 5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성장하고 순수수료손익은 5529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수수료수익이 1223억원으로 98% 증가하고 순수수료손익은 1013억으로 전년 대비 124% 성장하는 등 브로커리지 중심의 인터넷 증권사의 성장 속도가 아주 가파르다.
키움증권의 위기감은 여기에서 나온다. 국내 리테일 시장 포화 속에서 해외 주식 거래 활성화가 겹치며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다. 2025년 상반기 외화증권 수수료는 미래에셋 1909억원, 토스증권 1835억원, 키움증권 1391억원 순이었다. 미래에셋은 이미 미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토스증권은 2025년6월 미국 주식 브로커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체할 상황이 아니었다.
신한투자증권, LP손실과 IB중심 전환의 선택과 집중
지난 3년간 신한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이 2023년 1009억원, 2024년 2458억원, 2025년 3816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1조원을 훌쩍 넘긴 키움증권과 격차는 크다. 특히 2024년 상장지수펀드(ETF) LP(유동성 공급자) 거래의 1300억원 손실은 신한투자증권이 사업 전략을 수정한 계기로 평가된다. 내부통제 실패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거래 증권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2024년 추가 충당금 978억원을 적립하며 전반적으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 조치들이 취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의 사업구조는 키움증권과 상당히 다르다. 2024년 영업수익 1조4853억원 중 수수료수익이 7690억원으로 52%에 육박한다. 그런데 위탁수수료는 10% 증가에 그쳤지만 IB와 WM 중심의 금융상품 수수료는 15% 이상 성장했다. 2025년에는 IB종합금융부를 신설하고 AI·반도체·헬스케어 중심의 기업금융솔루션 제공을 통한 IB 비즈니스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로서 증권 리테일 비즈니스는 주변부 사업이며 미국 법인은 비핵심 저수익 사업으로 정리 대상이었을 것이다.
키움의 미국 법인 인수, 국내 리테일 수성 전략
키움의 미국법인 인수는 미래에셋증권식 글로벌 확장은 아니다. 미래에셋이 현지 리테일·IB운용을 결합해 해외법인을 독립 수익원으로 키우는 전략인 반면 키움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주문망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미국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국내 고객의 미국시장 접근 경로를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키움의 핵심 경쟁력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키움은 온라인 리테일 브로커리지의 강자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 습관을 ‘영웅문(MTS)’안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시장은 이미 국내 주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미국 ETF 등은 더 이상 ‘해외투자 상품’이 아니라 국내 리테일 플랫폼의 핵심상품 범주로 이미 편입됐다. 따라서 주문 장애, 체결 지연, 환전 불편, 야간 거래 불확실 등 실시간 거래 대응 장애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증폭시킨다.
키움의 목표는 해외사업 자체 수익성보다 국내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것이다. 2025년5월 미국 법인 2개을 설립했지만 FINRA(미국 금융산업규제청) 라이센스 취득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영업 준비기간 단축과 현지 법인 연계 거래로 편의성과 수수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한의 미국법인이 필요했다. 2026년 1분기 키움증권의 영업이익 6212억원은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전적으로 국내 거래대금 급증에 기인한다. 국내 거래대금과 점유율 증가세가 둔화되면 실적은 동반 하락할 것이다.
해외 브로커리지 시장의 경쟁 속도도 가파르다. 토스증권은 미국 브로커 라이선스를 이미 확보했고 메리츠증권 등 주요 경쟁사들은 주식 거래 수수료를 없애고 미국 주식은 환전 비용도 무료로 전화하고 있다. 수수료 가격과 서비스 편의성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가격 체결 안정성, 주문 속도, 환전·예탁·결제 구조를 자체 시스템으로 내재화해야 고객을 지킬 수 있다.
전략 수정만으로 미래 담보되지 않아
키움과 신한의 미국법인 인수 거래는 처지가 다른 두 증권사의 생존전략 차이에서 비롯됐다. 신한투자증권은 회복된 실적을 바탕으로 저수익 해외 거점을 덜어내고 국내 WM·브로커리지·IB운용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리테일 비즈니스 호황이 다시 찾아온 지금 미국주식 인프라를 보강해 다음의 또다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신한의 정리 대상 해외법인이 키움에는 리테일 고객 락인의 ‘전략 자산’인 셈이다.
하지만 신한의 다이어트가 불안하듯 키움의 몸집 불리기 역시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 규제 대응 비용, 시스템 투자비, 수수료 인하 경쟁 등 고려할 부담 요인도 많다. 또한 인수 법인이 당장 흑자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법인 단독의 손익계산서만으로 셈이 끝나지는 않는다. 주문 안정성을 높여 고객 이탈을 막고 해외주식 거래대금 점유율을 지키며 손익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면 적자 법인을 사들인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신한은 손실을 줄이고 자본 효율화를 위해 미국을 떠났다. 키움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미국으로 들어갔다.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선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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