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리인하 파도…펄펄 끓는 한국 부동산에 ‘찬물될까 기름될까’

금리인하→유동성확대→부동산상승 전망 다수…전문가 “금리는 불황 방어 수단 염두해야”
[사진=뉴시스]

최근 금리인하에 기댄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를 경계하는 이른바 ‘투자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세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장담하긴 이르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불황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효과 선반영, 정부 가계대출 규제 등이 이유로 꼽혔다. 모두 부동산 시세 하락을 일으키는 요인들이다.

미국發 금리인하 물결에 들썩이는 韓 부동산 시장…시세상승 염두한 투자 문의 증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기존에 비해 0.5%p 낮아짐에 따라 세계 각 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탓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진정된 점을 근거로 금리인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지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11월로 못 박아 예상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요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기준금리 변화가 시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은 과거의 사례를 근거로 기준금리 하락을 호재로 보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그동안 기준금리와 부동산 시세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하락을 염두한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시세도 오르는 식이었다.

▲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부동산.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 매물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그 중에는 수요 증가를 염두하고 미리 물건을 선점하려는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처음인데다 최근 1~2년간 공급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며 “과거의 사례만 놓고 봤을 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낙관론’ 대항마로 등장한 ‘투자 신중론’…“불황 시기엔 어떤 처방도 효과 없어”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동산 낙관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세 상승을 장담하긴 이르다”며 섣부른 낙관론에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불황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효과 선반영, 정부 가계대출 규제 등이 근거로 꼽혔다. 한 부동산 전문 블로거는 “부동산 시장에선 이미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며 “올해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이미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조치를 경기불황의 신호탄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부동산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연설을 통해 “1920년대와 2020년대 사이에 몇 가지 유사점이 눈에 띈다”며 “현재 세계 경제가 경제 민족주의, 세계 무역 붕괴, 대공황을 초래한 1920년대의 압력에 버금가는 ‘균열’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금리인하를 경기불황을 염두한 선제적 조치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미국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연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한 바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11월 또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근거 중 하나다”며 “일련의 상황을 종합했을 때, 지금 상황에선 부동산 시장도 안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앞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잠잠해진 2010년~2011년 서울 아파트 값은 2.01%, 1.2% 등으로 연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불황으로 매매수요는 줄어든 반면 전세수요는 급증하면서 전세 시세가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 매물이 대거 등장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부동산 시세 상승에 방해요인으로 꼽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와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며 “아마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시중은행 대출 수요가 드라마틱한 수준으로 늘진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거래의 핵심이 자금조달인 만큼 예전처럼 수요 증가에 따른 부동산 시세 상승이 두드러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계속해서 오르기만 했던 기준금리의 반전 움직임 덕에 상당히 들뜬 모습이다”며 “부동산 대출 의존도가 유독 높은 한국 특성 상 기준금리 하락이 부동산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만 하기에는 대·내외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무리한 투자 보단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