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배민, 조건 안 맞추면 ‘배지 떼겠다’ ‘가게 등급 낮추겠다’ 압박”

임경진 기자 2024. 10.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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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배달앱에서 연락 오면 가슴이 철렁”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3개월 전 쿠팡이츠 앱(애플리케이션)에 경고 문구가 떴어요. '쿠팡이츠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맞추지 않으면 와우 배지를 떼겠다'라고요. 당시 배달의민족 앱 '가게배달'을 통해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쿠폰을 1000원씩 얹어주고 있었는데, 쿠팡이츠로 주문하는 손님에게도 같은 쿠폰을 줘야지 와우 배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달의민족 '가게배달' 손님들에게 주던 쿠폰 지급을 중단했어요."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예요. 쿠팡이츠에서 진행하는 할인 행사에 참여하려고 최소 주문 금액을 낮게 설정했는데 1~2주가량 지난 후 배달의민족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최소 주문 금액을 쿠팡이츠와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 '배민클럽'에서 저희 가게를 빼겠다고요. 지금은 모든 배달앱 조건을 똑같이 맞추고 박리다매 전쟁을 하고 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 씨가 올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로부터 받은 압박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한 말이다. 10월 8일 오후 3시쯤 기자가 가게를 찾았을 때 A 씨는 "배달앱에서 연락이 오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보고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게 된다"며 "배달앱으로부터 2번 경고를 받은 뒤로는 또 힘든 일이 생길까 두려워 배달앱 설정을 못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와 광고료 등 비용을 과도하게 지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배달앱들이 "메뉴 가격, 쿠폰 지급, 최소 주문 금액 같은 조건을 다른 배달앱과 똑같이 맞추라"는 최혜 대우 요구를 이어오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쿠폰 똑같이 안 주면 배지 회수

최근 기자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의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배달앱이 이용자 수를 늘리려면 수수료를 내리는 방법도 있을 텐데, 배달앱이 자영업자에게 최혜 대우를 요구하면서 소비자가 더 비싸게 음식을 먹게 됐다는 것이다. A 씨는 "배달의민족 '가게배달'은 배달의민족이 주문을 중개하기만 할 뿐, 배달은 가게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배달의민족이 배달까지 하는 '배민1'보다 이윤이 많이 남아 '가게배달' 손님에게 쿠폰을 더 줬던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배민1'뿐 아니라 '가게배달'에서 주는 쿠폰까지 쿠팡이츠 손님에게도 똑같이 주라고 하니 전체적으로 쿠폰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돈가스 가게 사장이 기자에게 보여준 1만3000 원짜리 돈가스에 들어가는 재료 비용. [임경진 기자]
주문 금액의 9.8%에 달하는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도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B 씨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마 이후 물가가 많이 올라 인건비나 임차료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재료비만 4600원인 메뉴를 1만3000원에 판다"며 "재료비가 메뉴 가격의 40%까지 갈 때도 있는데 배달앱이 수수료를 계속 올리니 고충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 사장 C 씨도 "수수료가 높아 배달의민족 광고를 그만둘 생각"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랜차이즈 가게라 배달앱 수수료가 높아진다고 메뉴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요. 프랜차이즈 본사는 메뉴 가격을 높여준다고 하더니 두 달째 미루고 있고요. 먹고살려면 월매출이 1200만~1300만 원은 나와야 하는데 한참 못 미치죠.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은 수수료를 계속해서 올리고, 올해 9월에는 최소 주문 금액을 쿠팡이츠와 똑같이 맞추라고 배달의민족에서 문자메시지도 왔어요."

배달앱이 수수료는 높게 받아가면서 자영업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B 씨는 "깍두기를 서비스로 달라고 해서 줬더니 깍두기가 쓰다며 가게에 '별점 테러'를 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넣어 점주를 보호해달라는 요청을 배달의민족 측에 20번 넘게 했지만 지금까지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C 씨는 "눈이 오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배달의민족이 멀리서 들어오는 주문을 받지 못하게 제한을 걸어 매출이 더 줄어든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한 치킨 가게의 2024년 9월 주문 채널별 매출액. 배달앱 3사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임경진 기자]
‌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보니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을 쓰지 않기도 어렵다.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D 씨는 "요즘은 가게로 직접 전화해 배달 주문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배달 주문의 94%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를 통해 들어온다"고 전했다. B 씨는 "배달의민족이 배달시장을 장악해 배달 주문의 99%가 배민1을 통해 들어오다 보니 사장들이 배달의민족 계약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서명한다"며 "배민1을 거치지 않고 사장이 배달대행업체를 따로 써야 하는 주문은 2~3달에 한 번뿐이라 배달대행업체에 연락하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차등 수수료는 자영업자 갈라치기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이 높은 수수료에 대한 해법이라며 내놓은 차등 수수료가 '자영업자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A 씨는 "매출액이 많을수록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임대료가 비싸서 매출액은 높지만 순이익은 적은 자영업자는 높은 배달 수수료를 내는 게 억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 씨도 "나라에서 세금을 부과할 때 매출액이 적은 점포는 간이 과세를 해주지만, 세금이 적다고 해서 간이 과세 대상자가 되고 싶은 자영업자는 없다"며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달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관계자를 불러 높은 배달앱 수수료 및 불공정 약관에 관한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피터얀 반데빌트 대표는 "약관이 한국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입점업체와 배달앱의 상생 방안을 묻는 질문에 "상생협의체를 통해 진중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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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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