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유동성 점검] '블록딜 쇼크' 루닛, 실탄조달 플랜 변수될까

/사진=루닛 홈페이지 캡처

의료 인공지능(AI) 전문업체 루닛의 주가가 최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의 충격으로 급락했다. 실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향후 주식과 연계된 채권 발행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제기된다. 그간 기술력을 내세워 수익을 늘렸지만 아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외부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선택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 임원 6명과 주주 1명 등 7명은 지난 18일 장이 열리기 전 보유 주식을 미국계 롱펀드 운용사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들이 매각한 주식은 모두 38만334주 규모다. 지난달부터 급등하던 주가는 제동이 걸렸다. 주가는 지난 17일 52주 최고가 8만5800원에서 23일 종가 6만2700원으로 26.9% 하락했다.

루닛은 임원들의 이번 결정이 실제 성장 펀더멘탈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 7월부터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피하기 위해 50억원에 못 미치는 규모로 매각한 것을 두고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제도는 내부자의 대량 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 등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지분 1% 이상 혹은 50억원 이상 거래할 때 공시하도록 규정해 허점이 있다.

이 같은 결정은 향후 조달 플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자닌 발행과 유상증자 등의 조달 방식은 주식과 연관성이 높은 만큼 향후 발행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루닛은 지난해 주주배정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시 유증은 주가가 고공행진을 보일 때 진행한 탓에 발행가액을 10만7800원으로 정했다.

루닛은 올해 2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가장 최근인 5월 발행한 2회차 CB는 전환가액을 5만5693원으로 설정했다. 주가는 CB 발행 이후 3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1월부터 급등하면서 전환가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주가는 블록딜 충격으로 6만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전환가액보다 높다.

만약 투자자에게 실망을 안기는 일이 재차 발생한다면 주가는 전환가액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복잡하게 꼬인다. 상환기간이 도래한 가운데 주가의 하락은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환에 따른 차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풋옵션)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발행사인 루닛은 현금자산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번 블록딜 사례는 향후 조달 과정에서 투자자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루닛은 AI를 활용해 판독 보조(AI-assisted detection) 솔루션 사업 등을 영위한다. 이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다. 특례상장사는 매출 요건을 5년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충족하지 못해도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는다.

루닛은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실적 성과를 증명하는 과정에 있다. 매출은 꾸준하게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492억원, 당기순손실 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재무적 부담은 언제나 경계대상이다. 특히 연결기준 결손금은 2021년 말 2193억원에서 올 3분기 말에는 30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결손금은 자본을 잠식해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루닛은 그동안 실적 부진에도 부채보다 많은 자본을 꾸준히 유지했다. 기술력에 대한 기대감을 기반으로 상장과 추가 조달에 성공한 덕분이다. 내년에도 적자가 이어진다면 다시 외부에 손을 내밀 수 있다. 여기서 대규모 블록딜로 주가가 급락한 이력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루닛은 블록딜로 인한 논란의 종결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는 주가 하락에 대응해 7747주를 장내 매수했다. 또 블록딜 이후에도 임원 보유 지분이 90% 이상 남았다고 해명하며 지속적인 주가 부양 의지도 내세웠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대책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