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병영독서의 기반, 진중문고 톺아보기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2026. 5.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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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독서출판]  병영독서의 기반, 진중문고 톺아보기.  군인들이 독서하고 있는 모습의 생성형AI이미지 활용.

[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국방부는 5월 11일부터 6월 22일까지 '제1회 독후감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병영 독서문화 확산과 장병들의 교양 증진이 목적이다. 공모 부문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군부대에 배포한 진중문고 선정 도서(214종) 가운데 장병이 읽고 쓴 독후감 글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1분 미만의 숏폼 동영상이다. 독후감 공모와 함께 25회째를 맞은 병영문학상 작품 공모전도 개최한다. 시, 수필, 단편소설 및 희곡을 모집한다.

이번 독후감 경연대회 공모 대상 도서인 진중문고 목록을 보면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곽재식 지음, 문학수첩) 등 과학‧기술 분야 도서 28종,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한 권으로 읽는 유엔 참전국 이야기』(황인희 지음, 양문) 등 국방‧군사‧안보 분야 도서 40종, ▲『랑과 나의 사막』(천선란 지음, 현대문학) 등 문학 분야 44종,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올리버 우버티 외 지음, 윌북) 등 사회‧경제‧경영 분야 36종, ▲『아비투스』(도리스 메르틴 지음, 다산북스) 등 역사‧철학‧심리‧예술 분야 20종, ▲『마가리극장』(김도연 지음, 우리나비) 등 오디오북 5종, ▲『하루 한 장 고전 수업』(조윤제 지음, 비즈니스북스) 등 자기계발‧리더십 분야 도서 29종, ▲『불편한 편의점 2』(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등의 전자책 12종이 포함되어 있다. 종이책 가운데 39종은 진중문고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국방부에서 5월 11일부터 6월 22일까지 개최하는 '제1회 독후감 경연대회' 포스터. 

진중문고는 군(軍)의 독서정책을 상징한다. 1978년부터 시작된 진중문고 보급 사업은 소중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 장병들의 교양 증진과 정신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펼치는 대표적인 병영독서 정책이다. 장병들이 선호하는 인기 도서를 분기별로 분야에 따라 선정 후 해당 출판사가 시판 도서의 판형을 축소하여 진중문고 전용 판형으로 한정 제작해 납품한 것을 모아 중대급까지 보급한다.

국방부는 2025년에 장병들의 독서 여건 개선을 위한 병영 내 양서 확보 및 장서 확충, 진중문고, 독서활동 지원 등 '책 읽는 병영문화 만들기'에 104억 4,800만 원을 책정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이 가운데 대부분의 가장 큰 예산이 진중문고의 선정‧보급 사업에 할애된다.

국방부의 <2025 국방통계 연보>(2025.12)에 따르면, 진중문고는 2024년에 76억 원의 예산으로 67종의 도서를 선정하여 9,913질(세트), 63만여 부(권)를 보급했다. 1종당 1만 권 가까이 보급하니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선정된 출판사와 저자들은 로또 당첨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2021년의 108만 부 보급, 2023년의 100종 선정 및 13,584질 보급 등과 비교해 큰 감소세라 할 수 있다. 정기간행물의 경우도 2024년에 16종을 선정하여 총 33,903권(병사용 교양지 17,793권, 간부용 시사안보지 16,110권)을 보급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72,505부를 보급하던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방부는 장병의 독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 2023년부터 진중문고 종이책 비중을 줄이고 '나라사랑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도입하고 있다.

진중문고 예산은 2023년 95억 원에서 2024년 76억 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그런데 이는 국방비(일반회계) 총액이 2022년 약 55조 원에서 2025년 약 61조 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병사 1인당 연간 급식비 역시 2022년 378만 원에서 2025년 413만 원으로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장병의 1인 1일 기본급식비 단가는 2021년 8,790원에서 2025년 13,000원으로, 2026년에는 다시 14,000원까지 인상되었다. 이렇듯 몸의 양식은 챙기면서 마음의 양식은 뒷전인 것이 문제다.

전체 국방 예산 총액이 증가하고 몸의 건강과 장병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진중문고 예산만 축소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병들의 독서 매체 선호도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우는데, 모두 설득력이 없다. 연장선상에 있는 병영도서관 운영도 마찬가지다. 군에 있는 병영도서관은 2024년 기준 1,688개인데, 이 가운데 5,000권 이상의 장서량을 갖춘 곳은 147개에 불과하다. 도서관이라 부르기 민망한 1,000권 이하인 곳도 406개나 된다. 2024년의 총 장서량 증가는 전년도 대비 17만 531권에 그쳤다. 1관당 장서량이 평균 100권 정도 늘어난 셈이다. 이마저도 기증받은 책까지 합한 숫자다. 국방부는 다른 물자는 민간 기증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유독 책은 변치 않는 기증 대상이다.

결국 연간 국방 예산의 0.01%대에 불과한 독서 관련 예산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1인당 연간 64,000원까지 전자책 구입 및 정기구독, 학습용 종이책 구매 비용을 '장병e음'(군장병 통합 서비스 플랫폼)에서 지원한다. 바람직한 신설 사업이다. 하지만 이를 합해도 군인 정신전력 강화와 장병 역량 강화, 장병의 자기계발 지원 규모는 태부족하다.

국방부는 지난 4월 23일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서관의 날'(4월 12일)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맞이하여 병영독서 활성화와 문무를 겸비한 청년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를 담았다. 프로젝트 내용은 신병교육 입소 단계에서 본인의 책 지참 권장 및 교육 수료 시 희망 도서 1권 지급, 자대 복무 단계에서는 독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병영도서관의 복합문화공간 개선 및 계급별 독서 권장량 지정 등이 핵심 내용이다, 정말 군대가 바뀌나보다 싶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병교육대 희망 도서 배포에 대한 상세 내용이 없다.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는 듯하다. 병영도서관 개선에 대해서는 그 핵심이어야 할 장서량 확대나 도서관 리모델링 등이 아닌 편의시설(커피 머신, 음료 냉장고) 설치가 제시되었다. 프로젝트라고 하면서 새롭게 공력을 기울이는 사업은 부재하고, 의무도 아닌 권장 차원의 독서 유도 방안만 있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진중문고와 관련해 생각해 볼 문제는 여럿이다. 우선 그 존폐 여부다. 특정 도서를 전체 부대에 보급하는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병사들의 인기 도서에 착목하면서 생기는 베스트셀러의 보급이 필요한가에 대한 관점도 갈린다. 만약 병영도서관 운영이 활성화되고 연간 신간 구입이 부대당 최소 500~1,000부 단위로 증가한다면 진중문고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병영도서관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행 진중문고 선정‧보급 사업은 규모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이책 보급을 전자책으로 대체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종이책을 기본으로 하고 보조적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활용하는 것이 요즘의 하이브리드 독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의 '읽기 관련 경험 활동 비율'(66쪽)은 20대가 종이책 45.1%, 전자책 43.3%, 오디오북 10.9%로 나타났다. 당사자인 병사들이 진중문고를 어떤 매체로 읽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예산과 편의성을 이유로 전자책만 앞세우는 일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 발상이라면 우리나라에 한 개의 디지털도서관만 있으면 된다는 우매한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원래 발행된 도서를 선정 이후 진중문고 판형으로 바꾸어 출판사가 납품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부자연스럽다. 가독성과 물성을 고려한 원래의 책 그대로의 판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진중문고는 병영 내 독서 수단이자 독서 자료인 도서를 전군에 보급하는 중앙집중 공급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대마다 필요한 책을 다채롭게 구입하도록 적정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이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추세다. 이에 대한 개선 논의와 함께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 병영 내 독서문화의 조성이다.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프로젝트 추진 보도자료에서도 예시한 것처럼, 예산이 안 들어가면서 가장 효과적인 독서 생활화 방안인 '독서 점호'와 '독서동아리 활성화'가 전 부대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런 방법들은 평소 책을 멀리하는 비독자 병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함께 읽기'의 좋은 방법이자, 병영 내에서 책으로 소통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며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만든다.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이 일회성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튼실한 병영문화로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우리 장병들이 군 생활 중 독서 생활화가 몸에 밴다면 전역 이후에도 직장과 사회 활동, 그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책 읽는 환경을 만드는 확고한 주체가 될 것이다. 즉 병영독서는 개인만이 아닌 사회적 독서 확산의 인적자원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미래를 이끌어갈 장병들과 창의 대한민국을 위해, 병영독서 환경 조성에 관한 국방부의 성찰과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