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만든 전 가져가실 분~” 무료 나눔 음식, 먹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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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김치가 집에 너무 많아서 한 통만 나눠드릴게요."
한 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밀봉돼 있는 가공식품도 아니고 알고 지낸 지인이 주는 음식도 아닌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 줄 알고 먹나"라고 지적했다.
집에서 수제로 만들거나 배달음식을 나눠 거래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음식 나눔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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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는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지인의 메시지일까. ‘땡’ 틀렸다. 정답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당근마켓을 자주 사용한다면 직접 만든 음식 등을 나눔한다는 이 같은 글을 종종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지역 기반 서비스인 당근마켓에는 그 옛날 이웃사촌과 음식을 나눠먹듯 집에서 담근 김치나 직접 구운 빵, 시골에서 농사 지은 고춧가루 등을 대가 없이 나눔하는 이용자들이 있다. 이러한 게시글은 빠른 거래가 이뤄진 듯 단시간에 ‘나눔 완료’라는 표시가 뜬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파주에서 제과제빵 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학생들이 연습용으로 만든 빵이 너무 많이 남아서 다같이 나눠 먹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나눔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영통에 사는 B 씨는 “시어머니가 김치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고 냉장고 자리도 많이 차지해 이웃들과 나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자신이 주문한 배달음식을 나눔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면서 소량이나마 가져가겠냐는 식이다.
이처럼 좋은 취지의 나눔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려도 상당하다. 성남에 사는 C 씨는 “예전에는 당근마켓에 빵이나 김치 같은 게 올라오면 나눔받곤 했는데 요새는 좋지 않은 뉴스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꺼려지더라”고 했다. 같은 동네 사람끼리 이용하는 플랫폼이기는 하나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밀봉돼 있는 가공식품도 아니고 알고 지낸 지인이 주는 음식도 아닌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 줄 알고 먹나”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개인이 만든 식품이나 자체적으로 소분한 식품은 거래할 수 없다. 이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집에서 수제로 만들거나 배달음식을 나눠 거래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음에도 ‘무료 나눔’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윤이 남도록 돈을 받거나 돈을 주고 거래해야 식품위생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와 동일하게 나눔 행위도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가정에서 키운 상추나 바질 등 직접 재배한 농작물에 한해서만 이웃과 나눠먹는다는 취지에서 허용하고 있다. 식품 나눔 관련 게시글은 이용자 신고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면 사실상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유해물질을 넣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과 적극 공조해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했다.
나눔 받은 음식을 섭취한 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당사자 간 해결이 원칙이다. 사실상 플랫폼은 책임질 의무가 없다. 법무법인 율한 강경덕 변호사는 “음식으로 문제가 생기면 민사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음식 나눔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리 좋은 의도의 나눔이라도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사용자가 알 수 없다”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서 식품을 나눔하는 것은 안전과 관련돼 있어 허가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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