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6주 임신중지’ 여성 수술 병원장·집도의 구속영장 기각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ㄱ씨 영상. 유튜브 갈무리

법원이 ‘36주 임신중지’ 영상을 올린 20대 여성의 수술을 진행한 병원장과 집도의의 살인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병원장 윤아무개씨와 수술을 집도한 다른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심아무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됐을 뿐 아니라, 기타 사건 경위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씨 등은 36주 임신중지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 ㄱ씨의 수술을 진행하며 태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태아가 나왔을 당시 생존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해오다, 태아가 생명을 유지한 채 산모와 분리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윤씨 등에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병원장 윤씨는 줄곧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 상태였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날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온 윤씨 등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앞서 ㄱ씨는 지난 6월27일 유튜브에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ㄱ씨와 수술한 의사 등을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7월부터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ㄱ씨의 영상을 분석해 실제 임신중지 수술이 이뤄진 수도권 소재의 병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ㄱ씨와 병원장·집도의를 살인 등 혐의로, 나머지 의료진 4명은 살인 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ㄱ씨를 이 병원에 연결해준 브로커 2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다만 수술 당시 의식이 없었던 ㄱ씨에게도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