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13조 구멍 못 메운 예금보험공사…'P&A' 발목 잡혔나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 / 사진 제공=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가 13년 전 '저축은행 사태' 수습을 위해 세금으로 끌어 쓴 공적자금 27조원 중 최근까지 절반 밖에 갚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6년 전부터는 상환 예상 목표치조차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당시 '자산부채이전(P&A)'으로 매입한 부실 자산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매각하더라도 현금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13조원 공적자금 미상환과 회수 목표치 누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P&A 매각의 한계가 지목된다. 예보는 2011년 폐업 위기에 처한 저축은행의 매각을 주도했고, 이때 P&A로 그나마 남아 있는 우량 자산을 인수자에게 넘긴 것이 시발점이다.

P&A는 인수합병(M&A)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피인수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떠안는 M&A와 다르게,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 중 일부 우량 자산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초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에도 퍼스트시티즌스은행(FCB)이 뱅크런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SVB 자산 1100억달러(약 144조원)와 예금 560억달러(약 73조원), 대출 720억달러 등 일부 우량 자산만을 떼어 매입했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폐업 위기에 처한 30여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하 예금, 선순위채 등 우량 자산은 KB‧신한저축은행 등에 매각됐다. 반면 부실 자산은 예보가 매입, 시간을 두고 매각하면서 이를 차츰 현금화했고 공적자금을 갚아 나갔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강 의원이 예보로부터 받은 '연도별 회수예상금액 및 회수실적'을 보면 금융사고 한복판에 있던 2011년과 2012년의 회수금액은 1000억원대 수준이었다. 상황이 나아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회수 예상 금액이 1조200억원, 실제 회수 금액은 목표치를 훨씬 넘었다. 2015년 당시에는 3조3444억원을 회수하며 328%의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예보의 회수 목표치는 생략됐고 실제 회수 금액 규모도 급격하게 축소됐다. 최근 3개년 간 회수 금액 추이를 보면 2021년 3374억원, 2022년 2657억원, 2023년 2179억원으로 매년 감소해 올해 상반기에는 125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예보 측은 10여 년간 매입한 부실 자산의 매각을 거듭하면서 잔여 부실 자산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보유한 부실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해 왔고 나머지 매각할 것(부실 자산)들이 사태 초기에 비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회수 액수 규모나 횟수가 줄고 있다"며 "(회수 예상치 누락과 관련해선) 현금화시킬 때 곧바로 입금되는 게 아니고 파산재단을 거쳐서 배당 형식으로 회수되는데,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비정기적으로 배당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이 지적한 미회수 금액 13조원은 보수적인 수치고 더 축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보가 금융기관에 현금으로 걷는 예금보험료를 감안하지 않은 액수라는 것이다.

그는 "13조원이 맞기는 하지만 그것은 회수 금액(부실 자산 매각 후 현금화)만을 단순 비교한 수치고, 아직 매각하지 않은 잔여 자산도 남아 있고 무엇보다 여기엔 예금보험료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채를 메워 가는 방법은 부실 자산을 팔아서 회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별 계정에 납입되는 예금보험료로도 부채를 상환한다. 이 때문에 13조원보다는 더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예보는 기존 5개 권역(은행‧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종합금융회사‧증권사)에서만 받던 예금보험료 계정에서 2011년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정리하기 위한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별도로 만들었다. 보험료는 특정 권역에서 부실 금융기관이 발생할 때 예금대지급은 물론, P&A 등 부실 금융사를 정리할 때 활용된다.

그런데 특별 계정의 유효기간이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알려지면서 기한 내 지원 금액을 갚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적자금 절반이 구멍 나는 셈이며 이는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결국 13조원을 3년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떻게 상환할지가 관건이다.

예보는 지난 8월 12일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정리 방안 검토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외부 용역을 맡겨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결과가 나오면 정부, 업권, 전문가들 의견 청취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성목 전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기관이 망하면 국민 세금으로 채우는 게 법으로 지정돼 있다. 외환위기 때 기업들에 160조원 들어갔어도 그걸 회수를 했나"라며 "저축은행 사태 당시 33개 저축은행이 생각보다 많이, 절반 가까이 망하면서 공적 자금이 구멍이 난 거다. 다만 보험료 책정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고 보험료 내에서만 지급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