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절벽에만 피는 꽃… 멸종위기종 '선모시대'

8월, 울릉도의 가파른 해안 사면을 따라 걷다 보면 연한 하늘빛 꽃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꽃잎 중앙에 선명한 맥이 있는 종 모양의 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식물학자들은 이 풀을 ‘선모시대’라 부른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고유 식물이다.
선모시대만이 가지는 개성 뚜렷한 구조

선모시대는 높이 30~50cm 정도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신장형으로 길게 뻗는다. 줄기는 털 없이 곧게 서 있으며 모여 나기도 한다. 이 식물의 잎은 모시대와 비슷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잎은 어긋나며 달걀형이고, 길이는 6~12cm, 너비는 3~6cm 정도다. 잎밑은 심장 모양이거나 둥글고, 잎끝은 날카롭고 뾰족하다.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로 둘러싸여 있다.
꽃은 여름 끝자락부터 가을 초입인 8~9월에 핀다. 중심축에 꽃대가 있는 총상꽃차례 형태이며, 꽃자루는 3~20cm까지 길게 자란다. 종 모양으로 피는 꽃은 연한 하늘색이거나 거의 흰색에 가까운 옅은 하늘빛이다. 꽃잎 중앙에는 뚜렷한 맥이 있어 다른 유사 종과 쉽게 구별된다. 열매는 10월경 삭과 형태로 맺히며, 길쭉한 원뿔 형태로 뿌리와 만나는 줄기의 아랫 부분인 기부에 구멍이 생긴다. 이 구조를 통해 종자가 퍼진다.
식물 전체적인 모습은 모시대와 흡사하지만, 꽃받침 대의 폭이 길이보다 넓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줄기가 짧고 곧추서는 특징 역시 선모시대만의 고유한 생김새다.
서식지가 좁아 위협 커지는 상황

선모시대는 경북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한국 고유종이다. 주로 해안 절벽이나 경사가 가파른 사면 초지에 자리 잡고 자란다. 평탄하거나 개발된 지역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울릉도 산림지역이나 해안 초지대처럼 외부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자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식 범위는 극도로 좁다. 현재 확인된 개체 수 자체가 많지 않다. 서식지가 해안에 집중돼 있어 태풍, 해풍, 산사태 등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개발 행위나 인위적인 접근도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 국가 생물 적색목록에 따르면, 선모시대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Ⅰ급에 해당하는 ‘위급(CR)’ 등급으로 평가됐다. 이는 멸종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뜻이다. 자생지 보존과 함께 체계적인 개체 수 조사, 종자 확보 등이 시급한 이유다.
1994년 첫 채집된 후 1997년 신종 인정

선모시대는 비교적 늦게 기록된 식물이다. 1994년 울릉도에서 처음 채집된 후, 3년 뒤인 1997년에야 새로운 종으로 정식 발표됐다. 그전까지는 모시대 또는 유사 종으로 취급되며 별도 분류가 되지 않았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 식물을 울릉도의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대표 식물로 보고 있다. 고유종이면서 희귀종인 선모시대는 생물학적 보존 가치뿐 아니라 울릉도 생태계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간주한다.
그러나 학술 가치와 별개로,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식물이다. 선모시대가 자라는 구간이 워낙 위험하거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인이 관찰하거나 촬영하기도 어렵다. 보호 필요성에 비해 관심이 적은 편이다.
이 식물을 보려면 여름과 가을 사이 울릉도의 해안 사면을 찾아야 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무리한 접근은 금물이지만, 고유종 보존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관심은 더욱 높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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