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학교·이름 고스란히…성적유출 高3 ‘멘붕’

권승현 기자 2023. 2. 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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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학력평가 30만명 정보 퍼져
“내 성적 봤을까” 불안감 호소
SNS단체방선 추가유출 예고
경찰, 유출경위 등 본격 수사
텔레그램 단체방에 유출된 지난해 11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개인별 성적이 각 시도 교육청 단위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고2 전국 연합학력평가 성적이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멘붕’(멘털 붕괴) 상태에 빠졌다. 학생들의 전국 단위 순위까지 알 수 있는 성적이 텔레그램 단체방 등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유출된 자료에는 학교명·학생 이름·성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돼 있다. 학부모들은 “한창 멘털 관리해야 할 고3들인데 이들이 입을 상처는 어떻게 하느냐”고, 학생들은 “날 아는 사람들이 모두 내 성적을 확인했을까 봐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료가 학교 서열화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텔레그램 단체방 관리자는 추가 성적 유출을 예고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고2 전국 연합학력평가 성적이 온라인에 유출된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지난 18일 저녁부터 텔레그램 단체방에 지난해 11월 전국 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2 학생들의 실명, 소속 학교, 과목별 성적 등이 모두 나온 성적표가 공유됐다. 경기도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피해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남과 충남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 속한 학생이며, 그 수는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험 생활 중인 고3 학생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 군은 사촌 누나로부터 “이거, 네 성적 맞아?”라는 카톡을 받았다. 들여다보니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이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박 군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촌 누나에게 자신의 치부와도 같은 성적을 강제로 ‘공개당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분노하긴 마찬가지다. 고3 아들을 둔 40대 오정애 씨는 “아이한테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하긴 했는데, 자기 성적이 그렇게 전국적으로 공개되면 상처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다”며 “마음 다잡고 공부에 전념해야 할 시기인데 이런 일이 터져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전국 고교의 성적 순위를 알 수 있기에 고교 입시에 이용될 수 있고, 성적이 안 좋은 학교에는 낙인 효과를 낳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출된 성적은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 자료를 공유하는 텔레그램 A 단체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파일을 내려받아 각 지역 단위로 분류된 개인별 성적표를 확인해보니 학교명, 이름, 성별과 함께 종합 성적, 과목별 성적, 원점수, 표준점수, 반 등수, 전교 등수, 백분위, 등급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단체방 관리자는 “언론에 보도되니 (가입자가 늘어) 광고 효과가 좋다”며 추가 성적 유출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확인한 텔레그램 단체방은 (A 방이 아닌) 또 다른 방”이라며 “사안이 심각한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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