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우크라에 전투기 4대 우선 제공…獨·美 "우린 안 보낸다"

구소련제 전투기 '미그-29', AP "총 11~19대 보낼 듯"

폴란드 공군이 보유한 구소련제 전투기 '미그(MiG)-29' /사진=블룸버그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 4대를 수일 내에 보내겠다고 밝히자 독일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N 등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관련 "결정이 내려졌다"며 우크라이나의 공군력 강화를 위해 미그-29 전투기 4대를 먼저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향후 4~6주 내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다 대통령은 이어 추가 제공은 전투기 수리가 끝난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전투기는 총 11~19대가 될 수 있다"며 "폴란드는 독일제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에 이어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최초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가 됐다"고 전했다.

두다 대통령은 다른 동맹국들도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제공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슬로바키아가 사용하지 않는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미그-29 전투기는 1980년 초 구소련에서 생산한 전투기로, 유럽 국가 상당수가 이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는 1989년부터 미그-29 전투기를 사용해왔고, 현재 28기를 보유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는 최근 미그-29 전투기를 미국의 F-16과 F-35, 한국의 FA-50 전투기 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군인들이 2월 13일(현지시간) 폴란드 스위토초우 군사기지 훈련장에서 레오파르트2 전차 숙달 훈련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폴란드의 전투기 지원에 독일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고, 미국은 폴란드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국에 독일제 주력 전차 지원에 이어 미국의 F-16 등 서방 전투기 제공도 요구하고있다. 하지만 미국, 독일 등 서방은 전쟁 확전 등을 우려에 전투기 지원에 주저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동맹국) 모두가 전투기를 보낼 때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며 "폴란드로부터 이런 일(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이 일어났다는 어떤 확인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폴란드 정부기 전투기 지원 계획을 공개하기 전 미국 측에 관련 내용을 사전 통보했다며 "현시점에서 전투기에 대한 우리의 견해에는 변화가 없고, 이는 우리의 주권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린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나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라마다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을 가졌는지에 따라 다른 조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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