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커피 '몸값 4700억원'...과연 적절할까?

[재무제표 읽기] 사는 쪽은 미래에 '베팅'...파는 쪽은 '초대박'

노란색 간판이 우리에게 친숙한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기업에 팔렸다. 뉴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우리나라 저가 커피브랜드가 해외 매각에 성공한 것. 둘째, 산 곳이 필리핀 기업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주식회사 컴포즈커피의 재무제표를 읽고 나서 더 놀랐다.

컴포즈커피의 2023년 기준 자산총계는 523억 원이다. 여기에 부채 191억 원을 뺀 자본총계가 332억 원으로 컴포즈커피의 순수 자산가치는 장부상 332억 원인 셈이다. 그런데 매각대금이 약 4700억 원이면 14배가 넘는 수치다.

해외 뉴스에서도 크게 다룬 '컴포즈커피 매각'. / NIKKEI Asia 화면 캡처

적당한 가격에 팔렸는지 확인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 가치를 계산했야 한다. 기업 가치(가격, 값)를 측정할 때 주로 쓰는 방법 3가지가 있다.

먼저 앞으로 벌어들일 예상 현금흐름을 갖고 측정하는 '현금흐름할인 모형'(DCF, Discounted Cash Flow), 비슷한 기업과 비교하는 '비교기업 평가법'(Comparable Company Analysis, CCA), 이 두 가지는 이미 자본시장에 비교할 수 있는 경쟁사가 있는 IPO(기업공개) 때 자주 쓰인다. 주가수익비율(P/E), 주가매출비율(P/S), 주가장부가치비율(P/B) 등 여러 지표가 활용된다.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위에서 따져본 자산, 부채, 자본을 갖고 순자산의 가치를 셈하는 가장 단순한(?) '자산기반 평가방법'이다. 각 모형마다 장단점이 있고, 기업 상황과 평가목적을 감안해 몇 개를 조합하는 게 일반적이다.

순자산 332억 원과 매각가 4700억 원의 차이가 커, 혹시 몰라 빠트린 부분이 있는지 컴포즈커피의 재무상태표를 다시 꼼꼼히 챙겨봤다.

'현금및현금성자산' 142억 원, '매출채권' 43억 원, '단기대여금' 15억 원, '선급금' 24억 원...별 게 없다. 프랜차이즈 업종답게 '유형자산'도 3억 원 밖에 안 되고, ‘컴포즈커피’라는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인데 이는 숫자로 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래현금흐름 쪽인데 “얼마나 잘 버는지”가 고려사항이다. 2023년 기준 컴포즈커피의 매출액은 888억 원, 세부항목을 보면 상품 매출이 410억 원, 공사 수입이 382억 원, 가맹비 매출이 96억 원이다. 컴포즈커피 '상품'은 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판매하는 원두인데, 제조원가가 매우 낮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 관련해서도 수익이 나며, 비용 중 '광고선전비'가 16억 원인데, 현재 BTS의 ‘뷔’가 컴포즈커피 모델이며 광고비도 가맹점이 어느 정도 부담을 한다고 한다.

그 결과, 컴포즈커피 영업이익이 366억 원이고,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영업이익률과 지난 3년 간의 가맹점 성장률이 4700억 원의 기업가치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2023년도 (주)컴포즈커피 감사보고서. / DART

기본적으로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는 미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만약 커피 관련 프랜차이즈 회사 중에 상장사가 있다면 컴포즈커피의 기업가치를 시장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비교 기준이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니 “앞으로 이만큼 더 발전할 것"이라는 미래가치가 M&A 테이블에 올라갔을 것이다.

대표적인 요인은 컴포즈커피의 가맹점 수 성장 추이다. 2021년 1285개 → 2022년 1901개 → 2023년 2350개 → 2024년 6월 기준 2612개로 매년 400~500개 가맹점이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 이디야와 메가커피를 뛰어 넘는 가파른 성장세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이 포화 수준이고,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컴포즈커피를 필리핀 Jollibee Foods(필리핀 증시 기준 시가 총액 6조 원이 넘는다고 하던데)는 뭘 보고 인수대금을 결정했을까? 당연히 재무제표와 각종 기업가치평가법을 사용한 나름의 계산을 꼼꼼히 했을 테지만 아무리 숫자를 쥐어 짜봐도 4700억 원의 계산법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추론할 수 있는 건, Jollibee Foods가 단지 한국 시장만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고, 필리핀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저가 커피브랜드 라인을 추가함으로써 더 큰 매출과 영업이익을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의 숫자'일 것이라는 정도다. 사는 쪽은 미래에 베팅했고, 파는 쪽에서는 '대박'인 거래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 기업이 투자를 받거나 엑시트(EXIT)를 계획할 때는 매출액을 숫자로 보여주고 급격한 성장세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컴포즈커피 M&A는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백분 활용한 케이스다.

거래는 양자의 합의로 이뤄진다. 매도자가 비싸게 팔려고 해도 인수자가 없다면 소용없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컴포즈커피가 해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컴포즈의 오너의 능력은 비범함조차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