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2004년 유럽 시장에서 BMW가 1시리즈 해치백(E87)을 출시하며 보급형 소형차 시장에 진입했다. 프리미엄 소형 세단 부분에서 아우디 A3와 경합을 벌였지만, 큰 격차로 뒤처지며 상대방의 뒤통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 상한 BMW의 노림수는 뜻밖에도 소형 SUV 시장이었다. 그들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SAV, 즉 BMW X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 그 바닥을 평정할 심산이었다.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X1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E90 3시리즈의 골격을 기반으로 만든 BMW X 브랜드 최초로 후륜구동(sDrive) 모델로 출시한 소형 SAV였다. 훗날인 2010년부터 사륜구동(xDrive) 시스템을 추가했다. 2009년 처음 출시됐을 때 BMW X1은 홀로 프리미엄 배지를 달고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 나갔다.
X1의 양산 차를 내놓자마자 유럽에서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해에 유럽에서만 8925대가 팔려 나갔다. 이듬해 2010년에 들어서며 9만 9990대를 생산하고 2012년에 미국과 중국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14만7776대로 생산량을 늘렸다.
그즈음 X1의 위세에 힘입어 1시리즈도 2012년 한 해 잠시 아우디 A3를 제치고 소형차 시장에서 우위를 지켰다. 2016년 새로운 모듈형 플랫폼인 UKL2를 통해 2세대(F48)로 완전 변경을 하고 나자 그 인기는 더 커졌다.
가로 배치 타입의 엔진을 적용한 앞바퀴 굴림 방식(sDrive) 기반에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1세대보다 90mm 커진 휠베이스만큼 차체도 커졌다. 소형보다 준중형 사이즈였다.
다음 해 2017년에 BMW는 X1을 유럽에서만 11만8051대 팔았고, 같은 해 중국에서 롱 휠베이스가 인기를 끌며 9만574대를 팔았으며 미국에서 3만826대를 팔았다. 그해 X1의 생산 대수는 28만6743대였다. 소형 SUV 시장에 던진 프리미엄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한마디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황무지나 다름없던 소형 SUV 시장을 개간하여 옥토로 일구어낸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서술할 3세대 3세대(U11)로 진화하면서 몸뚱이가 커졌다. 차체 길이×너비×높이(mm)는 4500×1835×1640이다. 4445×1820×1600이었던 2세대보다 길이가 55mm, 너비는 15mm, 그리고 높이도 40mm 커졌다. 휠베이스 역시 2670mm에서 2690mm로 길어졌다. 덩치는 커졌지만,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다. 이전 1670kg에서 1625kg으로 공차 중량이 줄었다.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로 가볍고 강한 섀시를 설계한 덕분에 지방을 줄이고 근육질의 몸으로 변신하며 감량에 성공했다. 옵션을 포함한 실제 차 무게는 1950kg이다. 풀 LED 헤드램프와 'L' 자형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 홀의 디자인, 그리고 커지고 각진 키드니 그릴의 형태, 보닛 끝자락부터 수직으로 꺾어지는 납작한 콧대까지 모든 게 인상적이다.
공격적이고 대담하며 강인한 이미지다. 요즘 BMW X시리즈의 패밀리 룩을 계승하고 있다. 전륜구동 방식으로 가로 배치한 덕에 엔진룸의 길이를 줄일 수 있었고, 휠베이스가 2690mm나 되다 보니 실내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줄어든 엔진룸 길이만큼 앞좌석의 다리 공간이 늘어났고 길어진 휠베이스만큼 2열 시트의 공간과 트렁크 적재 공간도 커졌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540ℓ에서 40:20:40으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600ℓ까지 늘어난다. 전보다 커졌고 실내 공간의 활용성이 높아졌다. 대략 한 세그먼트 커진 느낌이다. 아마도 iX 1 전기차와 동시에 출시하다 보니 차체와 휠베이스를 극대화한 모양이다.
BMW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다. 지난해 7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i7도 동시에 선보였다. 그러면서 롱 휠베이스 라인업을 없애고 하나의 차체 크기로 통일했다.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가 넓은 실내 공간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는 BMW 입장에서 차체를 최대한 크게 설계해야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경쟁사들이 생산하는 요즘 전기차들과 경쟁에 나설 수 있다.

3세대로 진화하면서 차체가 워낙 커져서 얼핏 보더라도 이젠 '작은'이란 형용사가 무색하다. 한눈에 보아도 인테리어는 요즘 BMW다.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정보를 보여주고, 센터페시아에 장착한 10.7인치 터치스크린에서 BMW i드라이브 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작동된다.
내비게이션은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했다.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웅장한 음장감을 선사한다. BMW i드라이브 컨트롤러가 사라졌다.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걸 작동하게 구성해 놓았다. 시동 버튼과 볼륨 조절 스크롤, 내차 모드 버튼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리 버튼이 사라졌다.
운전 중 운전보조 기능과 편의 기능을 조작하려면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손을 뻗어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음성인식 명령으로 제어해야 한다. 음성인식 기능은 아직 설익은 듯하다. 운전자의 발음을 잘 인식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조금 불편하지만, 요즘 트렌드에 따라 디지털화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만 한다.
전기차처럼 센터 터널을 없애고 핸드폰 충전 및 수납공간을 만든 것과 시동 버튼이며 기어 셀렉트 레버 등을 배치한 패널이 센터 콘솔과 연결된 플로팅 디자인의 팔걸이가 매우 독창적이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는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잘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이다 보니 여기저기에 플라스틱 소재의 거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싼 티 나지 않게 다양한 컬러의 조명으로 실내의 분위기를 바꿔주며 감성을 촉촉이 적신다.
위험 상황이나 지도상 위험 구간에서 무드 조명은 빨간색으로 깜빡이며 경고 신호를 운전자에게 보낸다. 브랜드 고유의 매끄러운 몸놀림 손잡이가 있는 기어 셀렉트 노브를 없애고 토글 스타일로 바꾸었다.

손가락으로 레버를 아래로 당기고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BMW 특유의 필링을 그대로 전한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s드라이브20i M 스포츠 패키지의 단단한 차체에 얹혔다. 2.0ℓ 직렬 4기통 싱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와 조합한 변속기는 기존 아이신 자동 8단에서 게트락 7단 듀얼 클러치(DCT)로 바뀌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협업하여 최고출력 204마력이 5000rpm에서 발휘된다. 최대토크 30.6kg·m는 1450~4500rpm 대역에서 고루 발현된다. 론치 필링이 매우 부드럽다. 출발과 정지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스트레스 없는 달리기 성능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매끄럽고 강력하게 회전하는 엔진의 힘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7.6초 만에 주파한다. 준중형 패밀리 SUV가 강력한 주파 성능을 지녀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차가 여느 BMW 모델만큼이나 스포티한 운전의 재미를 준다는 걸 M스포츠 패키지의 245/45 R 19인치 Y 스포크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통해서 대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X1의 공기저항계수는 0.27에 불과하다. 차체가 켜졌지만,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디자인 차원에서 매끄럽게 제거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튜닝을 거친 파워트레인과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덕에 공인 복합 연비는 11.7km/ℓ고 고속도로에서 13.8km/ℓ이다. 효율성도 좋지만, 고속주행에서 안정감도 높은 편이다. 방향을 유지하는 스티어링 감각도 만족스럽다.
고속으로 질주해도 차체는 노면에 착 달라붙으며, 와인딩 로드에서는 섬세한 핸들링 성능과 흐트러진 차체를 바로 잡아주는 장비들의 빠른 대처로 인해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몸놀림을 뽐냈다. 지난해 JD 파워 초기 품질 연구(IQS)에서 동급 차량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차가 BMW X1이다. 3세대 역시 그 가치가 두드러진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500×1835×1640mm | 휠베이스 2690mm | 공차중량 1625kg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04ps |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7.6초 | 최고속력 -
연비 11.7km/ℓ | 가격 5870만~634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