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학생회 깃발 실종…극우 음모론만 나부꼈다
12월3일 불법계엄 대응 얼마 못 가
코로나19로 대학 문화 사라진 탓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을 선포하자 대학교 학생회도 오랜만에 활발하게 움직였다. 학생총회가 열리고 탄핵 촉구 성명이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19개 대학 총학생회 등이 불법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을 조직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해를 넘기진 않았다. 계엄 후 범시민사회가 조직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도 일부 학생운동 단체만 참여했다. 대학가에서 ‘민주화운동’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학생회 깃발은 줄었고, 캠퍼스로 넘어든 극우적 주장에 내홍을 겪어야 했다.
9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하면 학생운동의 위축은 확연하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이 드러나며 2016년 10~12월 대학 100여곳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전국 39개 대학 총학생회와 17개 대학생단체 등이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결성해 대응에 나섰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에서 불린 ‘다시 만난 세계’는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는 상징적 노래가 됐고, 윤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재소환됐다.
위축된 대학가 움직임은 극우적 음모론 확산과 연관돼 있다.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음모론이 캠퍼스까지 파고들면서 ‘반반싸움’ 양상으로 흘렀다. 소규모 학생 모임 등을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조직됐지만 건국대·서강대에선 맞불 극우집회가 열렸다. 지난 2월 고려대·서울대에선 극우 유튜버 등이 학내 집회에 난입해 학생들과 충돌했다. 당시 서울대 대학본부는 그간 금기처럼 여겨진 캠퍼스 내 경찰 투입 요청을 검토했고, 이화여대에선 신남성연대 등 극우단체의 학내 난입·폭력 행사에 교직원들이 스크럼을 짜 학생들을 보호해야 했다.
자유대학 등 극우 청년단체가 이 국면에서 조직됐다. 충북대에선 극우 유튜버의 학내 탄핵 집회 난입·폭력사태 연루 의혹을 받던 후보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한 활동가는 “‘학생자치가 어렵다’는 말은 늘 나왔지만 지금 대학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범유행은 대학 문화 자체를 사라지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상 폐쇄된 캠퍼스에서 2020년 서울 20개 대학 중 11곳은 총학생회를 구성조차 못했다. 총여학생회들이 잇달아 폐지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거듭된 학내 갈등은 학생들에게 정치적 피로감을 남겼다. 이는 대학가의 탈정치 요구로 이어졌다. 고려대 여학생위·소수자인권위는 지난 5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징계성 합병’을 당했다. 탄핵 집회 참가 등 ‘지나친 외부 정치활동’이 사유였다. 고려대 여학생위 전 관계자는 “학내 기구는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처럼 여겨지고 학내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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