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가상자산 투자 길 열리나… “46兆, 일자리 15만개 창출 효과”
투자 위험·자금 세탁 우려에 반대 의견도
금융 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맞을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법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의 유입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변동성이 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계좌 발급 허용 여부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등에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안에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법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에 필요한 은행 실명계좌를 법인에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가 법인에도 가상자산 계좌 발급을 허용한다는 것은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법인 투자가 허용되면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지고 가상자산 거래 중개와 투자 자금 운용, 수탁 서비스 등 여러 영역에서 고용도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빗리서치센터는 과거 발간한 보고서에서 “법인 자금이 들어올 경우 2030년까지 46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며,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해 15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여러 대학 기금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주(州) 정부도 잇따라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거나 투자를 검토 중이다. 버지니아주는 지난 2018년부터 공무원 연금을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했고, 올해 들어서는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등의 연기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자금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역시 연기금의 가상자산 투자를 준비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공적연금(GPIF)은 올해부터 운용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공적연금은 지금껏 채권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225조엔(약 2000조원)에 이르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 투자로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투자가 허용될 경우 국민연금 역시 일부 자금을 비트코인 등에 직접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투자를 해 왔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50% 넘게 오른 반면 코인베이스 주가는 약 30%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줄어 투자자 보호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은 개인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매매와 시세 조종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여러 종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불과 며칠 만에 몇 배나 뛴 후 급락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서는 일부 개인의 매매에 의해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고,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면서 “법인 투자 허용으로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참여하면 다양한 지표에 의해 객관적인 가상자산 가격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금융위 내부에서 가상자산 가격의 변동성과 자금 세탁 위험 등을 들어 법인 투자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쉽사리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정의를 설정하거나 자금 조달, 서비스의 범위를 규정하는 등 세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공약에 법인 투자 허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제외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법인 투자 허용은 목록에 넣지 않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
- 가는 족족 공모가 깨지는데... “제값 받겠다”며 토스도 미국행
- 오뚜기, 25년 라면과자 ‘뿌셔뿌셔’ 라인업 강화… ‘열뿌셔뿌셔’ 매운맛 나온다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