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어디 있었어?"…휴대폰 뒤지는 중국, 시위자 대대적 검거 나서
중국 공안 당국이 지난 24일 우루무치 화재 사고로 촉발된 시위를 차단하고 시위 참가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
30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현장 채증 사진·영상과 텔레그램 등 메시징 앱, 소셜미디어(SNS), 휴대폰 추적 등을 통해 시위 참가자 체포에 나섰다. 지난 25∼27일 상하이·베이징·광저우·우한·난징·청두 등에서 벌어진 동시다발 시위에서 시위대가 텔레그램과 SNS로 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선 것이다. 텔레그램은 중국에서 차단돼 있으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VPN 사용은 불법이다. 적발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중국 경찰은 시위 참여가 의심되는 경우 휴대폰 등을 건네받아 시위 장소, 배치된 경찰 위치 등을 논의한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27일 베이징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은 경찰이 휴대폰 추적을 통해 그의 동선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학교 측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왜 시위 장소에 있었는지 등에 관한 진술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저장성의 19세 학생도 SNS 단체 채팅방에서 백지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결국 다신 그런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서약하고서야 풀려났다.
베이징·상하이 등에서의 시위 참가자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왕성성 변호사는 현지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최소 15명과 연락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찰은 시위대의 휴대폰과 SNS 계정을 추적해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 주요 도시에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CCTV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있을뿐더러 경찰이 영장 청구 없이도 개인의 휴대폰과 SNS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익명의 베이징 시위 참가자는 "필사적으로 채팅 기록을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추가적인 시위를 차단하는데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요 도시의 시위 발생 가능 지역에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해 시민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시위가 발생했던 량마차오루(亮馬橋路) 일대의 경우 29일 밤 가로수 대부분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주변 식당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울러 선전에서 29일 저녁 예정됐던 여러 곳의 도심 시위는 경찰이 미리 출동함으로써 무산됐으며, 28일 베이징·상하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찰과 법원, 검찰 등을 총괄하는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시위 엄단 의지를 밝혔다. 시위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자국 내 시위와 관련해 "중국은 법치 국가이며 중국 국민이 향유하는 각항의 합법적 권리와 자유는 법에 따라 충분히 보장된다"면서도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에서 영향력이 큰 일부 민족주의 블로거들은 시위가 외세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면서, 2019년 홍콩 시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시위를 언급하지 않은 사설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이를 악물어야 한다"면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정책을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말로 작금의 시위 사태에 경계심을 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개인 칼럼을 통해 "시진핑이 유능하다는 가면은 벗겨졌다"면서 중국 당국의 탄압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 시위는 잦아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언제든 다시 불붙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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