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사람이 없다" …국힘 인물난에 '공관위원장' 직접 등판하나
당 내부 "뒷맛 개운치 않아" 우려도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 작업을 주도해 온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보수의 불모지'인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이 겪고 있는 극심한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30일 현재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경기도에 내세울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를 사실상 전남광주통합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위원장의 행보는 본인이 직접 '험지 도전'에 솔선수범함으로써 당내 중진들의 희생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출마를 시사하며 대구 공천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컷오프 수용을 촉구하는 한편, 지도부의 설득에도 경기 불출마 입장을 고수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압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 지도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이 위원장의 전략 공천은 최고위 논의 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호남에서 이 위원장이 가진 상징성이 있고 더 훌륭한 분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공관위원장의 진정성과 희생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경기에 뛸 선수가 없는 전남광주에 뛰어준다면 감사한 일 아니냐"고 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공천을 설계한 '심판'이 직접 '선수'로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공관위원장이 공관위 관리만 잘하면 됐지, 당 모양새가 우스워졌다"고 꼬집었다.
한 중진 인사는 "전남광주가 아무리 험지라도 그렇지 공관위원장이 '셀프 공천'을 해도 되나.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호남에 가는 게 무슨 희생이냐"고 반문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전남광주는 험지니까 당연히 박수쳐줄 일"이라면서도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너무 많은 가운데 심판이 선수로 가는 것이어서 국민 보기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