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출연했는데...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출연한 월드스타 부부

할리우드 톱스타 부부는 왜 나홍진의 외계인이 되었나…패스벤더·비칸데르가 밝힌 ‘호프’ 합류 이유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신작 SF 스릴러 영화 ‘호프(HOPE)’가 현지에서 베일을 벗은 가운데, 작품에 합류한 할리우드 스타 부부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밝힌 캐스팅 비화와 참여 동기가 국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5월 18일 오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호프’ 공식 기자간담회에는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패스벤더와 비칸데르는 나홍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세계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전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21세 때 부산에서 시작된 아시아 영화와의 사랑”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배경으로 아시아 영화 및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오랜 팬심을 꼽았다.

비칸데르는 간담회에서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참석했던 영화제가 바로 2010년, 21세 때 방문했던 부산국제영화제였다”며 “그곳에 며칠 동안 머물며 아시아 영화와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녀는 나홍진 감독의 대표작인 ‘추격자’, ‘황해’, ‘곡성’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언젠가 그와 협업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모션 캡처와 페이셜 캡처 기술을 통해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되는 외계인 역할을 맡아,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상의 외계 언어로 연기하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에 대해 비칸데르는 “커리어 초반에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하나의 도전이었지만, 새로운 언어로 연기하는 경험은 나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상상력을 더 크게 넓히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목소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이클 패스벤더 “아내가 하라고 했다…나홍진은 예측 불가의 대가”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 패스벤더는 ‘호프’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특유의 유머를 섞어 “알리시아가 하라고 했다(Alicia told me to do it)”라고 답해 현장에 모인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부부인 비칸데르의 강력한 추천이 작품 선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유쾌하게 인정한 것이다.

이어 패스벤더는 배우로서 느낀 나홍진 감독의 연출적 매력을 심도 있게 설명했다. 그는 “나 감독의 영화 제작 방식에서 흥미로운 점은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서구 영화는 훌륭하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많지만 보통은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 나 감독은 장르를 완벽하게 뒤섞는다”고 평했다.

그는 “처음에는 코미디 같고 약간 부조리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굉장히 현실적으로 변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가 섞이며 예상치 못한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시네마틱 경험은 영화계에서 꽤 드문 일이며 나는 그가 그런 면의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외계 언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제작진이 제공한 느린 속도의 녹음 파일과 자연스러운 흐름의 녹음 파일을 반복해 들으며 음절 하나하나를 익혔다는 패스벤더는, 간담회 전날 진행된 시사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도 덧붙였다. 그는 “영화를 보며 ‘와, 우리는 정말 편하게 찍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민, 조인성 등 한국 배우들이 모든 힘든 연기와 무거운 짐을 다 짊어졌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한국 동료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한편,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고립된 시골 마을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액션 크리처 스릴러다. ‘곡성’ 이후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올해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 뒤 올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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