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테헤란서 만난 이란인들 "시위 지지해도 미국전은 응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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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이 월드컵 16강 진출 티켓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 29일(현지시간) 테헤란 동부 테헤란파르스 거리에서 만난 사라(37)씨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란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경기에서 0-1로 석패했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고, 반대로 패하면 탈락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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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곳곳 '단체 응원'…일부 응원 참여자는 반미 구호 외치기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월드컵에서 미국전은 응원했습니다. 이란 축구팀은 정치와 상관없으니까요"
이란과 미국이 월드컵 16강 진출 티켓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 29일(현지시간) 테헤란 동부 테헤란파르스 거리에서 만난 사라(37)씨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란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경기에서 0-1로 석패했다.
사라씨는 "시위 지지자들은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이 지기를 바랬지만, 미국전만큼은 이겼으면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연일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와 경제난으로 '웃을 일'이 없는 테헤란 시민들에게 큰 이벤트였다.
택시 운전기사 사이드(55)씨는 "결정적인 찬스가 많았는데, 이를 살리지 못해 아깝게 졌다"며 "심판이 미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때가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고, 반대로 패하면 탈락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을 1시간 30분가량 앞둔 오후 9시부터 테헤란 도심 도로 교통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날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일을 마무리하고 귀가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외부와 단절된 이란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국민적 자부심 그 자체다.
이날 테헤란 도심의 스크린이 설치된 식당이나 카페, 강당 등에서는 단체 응원전이 펼쳐졌다.
테헤란파르스 문화센터에는 이날 450여명의 시민이 모여 이란팀을 응원했다.
시민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응원 구호를 외쳤다.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응원하는 시민도 많았다.
경기 시작 전 응원장에서 만난 모하메드(28)씨는 "웨일스전처럼만 한다면 미국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이기기를 기도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반 38분 미국의 선취골이자 결승 골이 나왔을 때 이란 응원단은 일제히 탄식했다.
경기가 막판으로 진행될수록 분위기를 고조됐고, 응원 열기도 뜨거워졌으나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미국에 지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일부 응원 참여자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반미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기 끝난 뒤 이날 새벽 테헤란 거리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도심 곳곳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아쉬움을 표현하는듯한 차량 경적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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