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새로운 지도체제를 이끌어나갈 리더십에 대해 분석합니다.

KT의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 중 하나는 옥경화 IT부문장(부사장)이다. 개발자 출신으로 30년 넘게 정보기술(IT) 현장을 지켜온 옥 부문장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 내 IT 혁신과 인프라 고도화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박윤영 대표 체제의 첫 인사와 조직개편이 내부 실행력 강화와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옥 부문장의 발탁은 단순히 기술직군 여성 임직원이 부사장에 오른 데 그치지 않는다. 급변하는 인공지능정보통신(AICT) 환경에서 IT 인프라 혁신을 이끌 적임자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년 'IT 외길' 걸어온 기술통
옥 부문장은 KT의 변천사와 함께해온 인물이다. 그는 입사 이후 PC통신과 무선통신, 유무선 서비스를 위한 기반 기술 설계를 맡으며 그룹 내 대표적인 실질주의형 리더로 성장했다.
1968년생인 옥 부문장은 부산대에서 전산통계학 학사와 전산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2년 KT연구개발원 전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유무선 통신장비와 선로 기술, 망 관리, 멀티미디어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담당했다.

특히 입사 4년 차에는 전국 통신회선 관리 업무를 전산·자동화해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던 '인적오류'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1996년에는 최고경영자(CEO)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01년에는 자회사 KTF로 자리를 옮겨 무선통신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는 KT의 유선망 관리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KTF의 무선 통신망에 적용했다. 특히 전국에 분산돼 있던 유사 무선망 관리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등 구조 개선과 표준화 관련 전사적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이에 따라 유지보수 비용을 기존의 60% 수준으로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2009년 KT와 KTF가 합병한 뒤에는 KT로 복귀해 스마트에코본부 스마트에코지원담당(상무보), IT기획실 IT전략기획담당(상무), IT기획실 소프트웨어개발단장(상무) 등을 역임했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그는 IT부문 IT전략본부장(전무), 기술혁신부문 IT플랫폼본부장(전무)과 IT운영본부장(전무) 등을 맡았다.
'구형 인프라'의 AX 전환 과제
옥 부문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KT의 거대한 '구형 인프라'를 AI 시대에 걸맞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통신사의 IT는 소비자에게 직접 노출되지 않지만 청구와 개통, 고객인증, 보안, 장애 대응, AI 서비스 운영까지 사실상 모든 사업의 기반이 된다. 내부 시스템이 흔들리면 서비스 품질과 고객경험, 신규 사업 확장 속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KT는 통신 중심 회사를 넘어 'AX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클라우드전환과 AI 서비스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기존 IT 업무와 핵심 앱을 현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과 AI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옥 부문장이 향후 KT의 소프트웨어(SW) 개발 자회사인 KT DS 대표를 겸임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현재 KT DS는 김영섭 전 대표 체제에서 선임된 이상국 대표가 본사의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과 맞물려 물러난 상황이다.
옥 부문장이 KT DS 대표를 겸할 경우 본사 IT 전략과 계열사의 시스템 구축·운영조직을 사실상 한 축으로 묶어 클라우드전환과 AI, 보안 고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옥 부문장의 발탁이 보수적인 통신 업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의미를 가진다. 그의 승진은 성별과 관계없이 '성과'와 '실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옥 부문장은 특유의 섬세함과 강력한 추진력을 동시에 보유한 인물"이라며 "기술직군 여성 인재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은 물론 경직된 IT 조직에 유연한 소통문화를 확산시켜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프라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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