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담긴 산업적 함의를 심층 분석합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연결 기준 가상자산 장부금액이 2024년 말 164억1167만원에서 2026년 1분기 말 59억8100만원으로 줄었다. 1년여 만에 60% 넘게 감소한 배경에는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상차손과 일부 처분이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본사 별도 기준 가상자산 장부금액은 28억3879만원에서 35억9700만원으로 늘었다. 그룹 전체로는 가상자산 노출을 줄였지만 본사는 보라(BORA)·카이아(KAIA)를 더 쥔 구조다. 싱가포르 법인 청산과 두바이 법인 이관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사업은 철수가 아니라 축소와 재배치 국면에 들어섰다.
본사는 보라·카이아 축적
28일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사업보고서와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가상자산 장부가치는 2024년 말 164억원에서 2025년 말 66억원으로 1년 새 약 98억원 줄었다. 이어 올해 1분기 말 60억원으로 약 6억원이 더 빠졌다. 감소분의 대부분은 2025년 한 해에 집중된 셈이다.
감소를 이끈 것은 손상차손이다. 회사는 취득한 가상자산을 내용연수가 비한정된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장부가가 시장 평균을 웃돌면 그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영업외손익에 반영한다. 2025년 연결 기준 가상자산 손상차손은 약 57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등을 처분한 금액이 겹치며 장부가가 1년 새 100억원 가까이 깎였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2025년 인식한 연결 기준 전체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약 1049억원이다. 영업권 459억원, 기타 무형자산 461억원, 산업재산권 72억원, 가상자산 57억원 순으로 개발 스튜디오 인수 가치와 신작 전망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한 결과다. 가상자산 평가손실은 그중 5%가량을 차지했다.
자산별로는 비트코인(9개→7개), 이더리움(11개→10개)을 비롯해 위믹스(약 51만5000개→27만5000개), USDT(약 153만개→71만3000개) 등이 감소했다. 노드 운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크지 않은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등은 정리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노드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 생성을 돕는 참여 주체를 말한다. 처분하고 남은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은 당기 말 기준 손상차손으로 잡히지 않아 취득원가 그대로 장부에 남았다.
예외는 카이아(KAIA)다. KAIA 보유량은 2024년 말 약 3593만개에서 2025년 말 약 4356만개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장부가액은 약 82억5000만원에서 43억1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수량은 늘었는데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KAIA는 취득원가 약 95억70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억5000만원이 손상으로 깎여 장부가는 43억1000만원만 남았다.
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기반 게임·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보라(BORA) 플랫폼'이 2024년 클레이튼과 네이버 핀시아 합병 이후 카이아 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카카오게임즈는 네트워크 검증(노드 운영)의 대가인 블록 보상 등으로 KAIA를 받아 쌓고 있다. 하지만 KAIA 시세가 2024년 말 0.4달러대에서 최근 0.05달러 선까지 밀리면서 보상으로 취득한 물량이 장부에 쌓이더라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결과적으로 KAIA는 단순 투자 자산이라기보다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수반되는 운영 자산의 성격을 띠게 됐다.

별도 기준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다. 본사 기준 장부가액은 2024년 말 28억3879만원에서 2025년 말 32억9357만원, 2026년 1분기 말 35억97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본사도 2025년 별도 기준 약 2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지만 보라 비즈니스 지원에 따른 용역 대가 수취와 외부 메인넷 노드 운영 수익이 이를 웃돌면서 장부가가 오히려 증가했다. 본사가 직접 보유한 보라 장부가는 약 23억원에서 26억원으로 늘었다. 연결 기준으로는 손상에 깎였던 KAIA도 별도 기준으로는 약 3800만원에서 6억원대로 불었다.
연결은 줄고 별도는 느는 엇갈림은 손실의 귀속 위치를 보여준다. 평가손실은 자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서 크게 났지만 본사는 네트워크 운영에 직접 쓰는 보라·카이아를 오히려 늘려 쥐었다. 그룹 차원의 노출은 줄이되 운영 자산은 본사에 남기는 구조다.
두바이 거점 재편으로 리스크 감축
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사업은 프렌즈게임즈와 웨이투빗 합병을 거쳐 메타보라 중심으로 재편됐다. 보라는 2018년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발해 클레이튼(2021년)을 거쳐 2024년 카이아 체인으로 메인넷을 이전했다. 이처럼 온체인 기반이 이동할 때마다 보유 가상자산의 무게중심도 함께 움직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카이아 편중으로 나타났다.
법인 구조 역시 이 흐름에 맞춰 재편됐다. 당초 웨이투빗은 싱가포르 자회사(METABORA SINGAPORE PTE. LTD.)를 통해 보라를 발행해 왔으나 해당 법인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청산됐다. 관련 가상자산 사업은 두바이 법인(METABORA GAMES-FZCO)으로 이관됐다.
이는 지난해 예고된 두바이 이전의 후속 조치다. 싱가포르 법인은 자본잠식과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찌감치 정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 법인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157억원까지 악화된 바 있으며 최근 2년간 보라 약 8120만개가 소진된 점이 핵심 재무 부담으로 지목돼 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설립 7년 만에 싱가포르 법인을 정리하는 대신 두바이에 새 거점을 마련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거점 재편도 회계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소멸했지만 두바이 법인이 사업을 승계하면서 보라 생태계는 지속 가동 중이다. 사업의 연속성은 유지하되 잠재적 법인 리스크와 연결 기준 장부 노출도는 낮추는 전략적 재배치로 풀이된다.

0원의 자산, 늘어나는 의무…웹3 회계의 역설
보라의 회계처리는 카카오게임즈 블록체인 사업이 안은 역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보라는 생태계의 핵심 토큰임에도 불구하고 발행사가 보유한 유보·보유분은 연결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분기보고서 역시 발행자 유보분에 대해 '자산으로 인식한 금액이 없다'고 명시했다. 핵심 자산일수록 장부상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셈이다.
반면 보라 유상매각이나 교환으로 획득한 대가는 즉각 매출로 잡히지 않고 일단 계약부채(선수수익)로 적립된다. 이후 백서에 명시된 서비스 제공이나 게임 온보딩 등의 수행의무를 이행하는 시점에 비로소 수익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전체 계약부채는 712억원 규모다.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 가상자산 거래 관련 계약부채만 따로 보면 2024년 말 약 316억원에서 2025년 말 약 395억원으로 분리 공시되며 증가세를 보였다. 보라 유보 물량과 연결 기준 가상자산 장부가치는 쪼그라드는데 향후 이행해야 할 의무는 오히려 커진 형국이다. 재무제표상 보라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보다 의무와 비용의 형태로 더 뚜렷하게 각인되고 있다.
유보 물량의 소진 속도도 가파르다. 2025년 말 보라 유보·보유분은 약 2억2323만개로 전년 말 약 2억6514만개 대비 1년 새 4191만개가량 줄었다. 이 같은 감소 추세가 단순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남은 물량은 5년 안팎에 소진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가 제시한 5~6년 내 소진 예측과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흐름이다. 2018년 발행 이후 누적 소각량은 약 1억1935만개다.
남은 유보 물량의 대규모 시장 출회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회사는 유보분 중 500만개를 거버넌스 카운슬(GC) 참여사에 노드 보상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유보 물량이 전체 발행량의 20~24% 수준인 만큼 대규모 시장 매각 시 시세 희석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회사 측 역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물량 계획 변경은 없다는 기조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퍼즐&가디언즈', '매직스쿼드' 등 웹3 게임 라인업을 확장하고 보라 토큰 결제 연동과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 '보라 딥스'를 통해 유틸리티를 강화해 참여-보상-재참여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며 "유보 물량은 토크노믹스 가이드라인 내에서 마케팅, 파트너사 온보딩 지원, 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 용역비 지급 등 통상적 범위에서만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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