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기함의 부활”···기아 오피러스, 9년 간 플래그십 자리를 지켜낸 고급 세단의 역사

한때 국산 고급차 시장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오피러스(Opirus)는 2003년 등장 이후 2012년 단종될 때까지 9년간 기아를 대표하는 고급차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 차량의 시작은 다소 이질적이었다.

오피러스는 사실상 기아가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닌, 현대자동차가 개발하던 프로젝트(GH)를 넘겨받아 생산한 차량이었다. 기아는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에 인수되며 고급차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대신 현대의 ‘다이너스티 후속’을 넘겨받으며 오피러스가 탄생했다.

출시 당시 오피러스는 그랜저 XG 기반의 전륜구동 플랫폼, 3.0~3.5리터급 V6 엔진을 탑재한 대형 세단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초기형 디자인은 “재규어 모방”, “생선뼈 그릴” 등 조롱 섞인 평가를 받으며 저조한 반응에 직면했다. 파워트레인도 당시 기준에서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

그러나 2006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뉴 오피러스’로 변신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전면 디자인은 물론 실내 품질까지 대폭 개선됐고, 그랜저 TG 기반의 신형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주행 성능과 연비도 향상됐다. 2009년에는 ‘오피러스 프리미엄’으로 또 한 번 진화, ‘호랑이코 그릴’과 LED 헤드램프, 6단 자동변속기, 고급 편의사양을 갖추며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세단으로 자리 잡았다.

후륜구동이 아닌 전륜구동 기반의 고급세단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은 현대 제네시스와는 또 다른 시장을 공략했고, 중장년층 고객의 지지를 받았다.

오피러스는 2012년, 기아 K9에게 자리를 넘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존재는 국산 고급차 시장에서 기아의 도전과 회복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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