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따스한 목재의 감촉. 이 23평 단독주택은 '작지만 넓은'이라는 아이러니의 해답 같다.
다소 좁은 규모일 수 있다는 선입견은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지고, 질서와 절제가 살아 있는 일본식 구조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다기능을 품은 거실 없는 거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은 바로 '거실을 없앴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없앴다는 것이 아니라, 거실을 대체할 다양한 기능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일반적인 소파나 TV가 중심이 되는 거실이 아닌, 운동, 영화 감상, 손님 접대, 그리고 명상의 시간까지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 중심 무대가 된다. 이 변화는 특히 일본식 주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채색 톤과 간결한 인테리어를 적극 활용해 구현되었다.
햇살이 흐르는 미니멀 키친

좁은 공간에서도 주방은 확장된 여백처럼 설계됐다. 단정한 선의 배열로 구성된 싱크대와 원목의 따뜻함이 조화를 이루며 깊은 안정감을 준다.
창가 쪽에는 밝은 자연광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그 빛은 주방 곳곳을 비춰준다. 모든 수납은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으며,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배치는 생활의 질마저 한층 끌어올린다.

리프팅 테이블을 포함한 가변형 작업 공간은 물리적인 제약을 넘어 집 안 어디든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이 테이블은 낮에는 책상, 밤에는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되며, 집주인의 생활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누적된 취향의 집합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