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 참전, 모두에 해로워”···미·나토는 ‘신중론’
미·나토 ‘사실이라면’ 전제 달며…신중한 모습
“북한군 파병, 확전 가능성 담은 ‘판도라의 상자’”
밀착하는 북러…러, 북한의 ‘고립 경제’ 뒤따를 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참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병력도 보내고 있다는 위성과 영상 증거가 충분하다”며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되면 불행하게도 불안정과 위협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더 큰 전쟁을 위한 북러 협력에 눈감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국가 지도자들과 대표들에게 감사하다. 이에 대해 우리 파트너들이 더 정상적이고 솔직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북한이 러시아 전장에 병력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데 이어, 한국 국정원은 18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결정하고 1500명의 선발대가 러시아 영내로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CNN은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전달한 한국어 설문지 등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미국과 나토 등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사실이라면’이란 단서를 달아 우려 표명에 그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를 마친 뒤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18일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나토가 신중론을 유지하는 데는 이번 사안이 가져올 파장을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 체인저’까지 되긴 어려울 수 있어도, 정치적 상징성 자체가 워낙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나토로서는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하면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일정과 나토의 개입 확대 우려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다수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버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18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드러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우려가 현실화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최종 공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다. 북한군이 전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나토와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자국군 파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공공연히 경고해왔기에 (북한군 파병은)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전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긴장을 불러온 북한군 파병의 배경에는 악화하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군 파병의 현실적 이유로 군 병력을 포함한 러시아의 심각한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이미 인구감소 문제를 겪고 있던 러시아가 전장에서 수많은 병력을 잃은 데다, 엄청난 규모의 국방비 지출이 계속되면서 최빈국 용병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미 경제지 포천은 이런 상황에 직면한 러시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제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언론에서 처음 제기한 북한군 파병설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반박해왔는데, 국정원 발표 이후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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