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은 혼다랑 똑같지만 독자 개발 엔진으로 '최고'라 인정받은 국산차

4세대의 흥행으로 이제 소나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현대차의 간판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등장한 5세대 소나타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만큼 보다 탄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죠. 참고로 정식 차명은 그냥 '소나타'였는데, 'EF' 이후 프로젝트 명으로 구분하는 게 워낙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후 등장한 신형 모델도 으레 다 그렇게 불렀습니다. 세대 구분이 명확하기도 하고요.

외관은 화려하게 치장했던 전작과 달리 인상이 한결 차분하고 진중해졌습니다. 가로선이 강조된 디자인은 차를 더욱 크고 넓어 보이게 했는데,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일본차의 영향이 남아있던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모든 면에서 덩치가 커졌죠.

부드럽게 떨어지는 매끈한 루프라인과 풍부한 볼륨감의 측면, 거대한 면적의 테일램프로 존재감을 끌어올렸고 트렌드에 맞춰 사이즈를 키운 휠도 차를 보다 풍성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상위 트림 2.4L 모델에는 몰딩을 더한 범퍼, 전용 17인치 알루미늄 휠, 후면부에 듀얼 머플러를 더해 2.0 모델과는 남다른 분위기를 자랑했죠. 심플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은 세월이 지나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데 이 차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 관리 잘 된 'F24S'는 눈길이 절로 가더라구요.

다만 국내 시장에도 정식으로 소개됐던 '7세대 혼다 어코드'와 후면 디자인이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멀리서 보면 'NF 소나타' 이후 등장한 '그랜저 TG'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이긴 했으니까요. 다행히 테일램프가 삼각형으로 바뀐 후기형 어코드와는 헷갈리지 않았지만요.

외관의 수수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실내는 전작의 좌우 대칭에 이번에는 수평 기조까지 더하면서 거실 같은 공간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유행 지난 우드 떡칠 대신 금속 장식, 밝은 톤의 플라스틱 내장을 주로 사용해 젊은 감각과 함께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또 이전 세대에서는 규격화된 오디오 및 공조장치, 'DIN' 규격의 모듈을 사용하면서 차종마다 동일한 오디오, 공조장치 모듈을 돌렸었지만, 이 무렵부터 아예 인테리어에 걸맞는 디자인을 적용해 실내의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디테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상단으로 끌어올려 시인성을 개선한 6.5인치 DVD 내비게이션과 서브 우퍼, 디지털 앰프를 더한 JBL 사운드, 좌우 독립식 풀오토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기존에 있던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오토라이트, 심지어 전동식 페달 높이 조절 등 여러 고급 장비가 추가로 투입된 것도 돋보였죠.

무엇보다 불어난 차체 덕분에 실내 거주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뒷좌석에는 수동식 후방 블라인드를 추가로 마련해 여전히 가족과 함께하기에 만족스러운 공간을 제공했어요. 견고해진 프레임과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을 탑재해 승객 안전성을 보강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습니다.

확 달라진 겉모습만큼이나 파워트레인 역시 새로워졌습니다. 차체를 키운 만큼 1.8L 모델은 과감히 삭제했고 새로 개발한 사기통 2.0L, 2.4L 세타 가솔린 엔진, 독자 개발한 5단 수동 및 4단 자동 변속기를 매칭하면서 이제는 뼈대부터 심장까지 모두 우리 것으로 채워 넣은 진정한 의미의 국산 중형차로 거듭났어요.

시리우스 엔진 특유의 '웽' 하는 간드러지는 소리 대신 투박한 엔진음이 들려왔지만 밟으면 톡 튀어나가는 응답성으로 실용 구간에서 쾌적한 주행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대대로 북미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소나타답게 승차감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전작의 전륜 더블위시본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더해 자세 제어 장치 'VDC'가 추가되면서 전반적인 주행 안정성이 향상됐습니다. 높아진 강성의 신형 플랫폼도 제 몫을 톡톡히 했죠.

특히 이 세타 엔진은 '월드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미쓰비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걸출한 해외 완성차 업체에 수출되어 미쓰비시 '랜서', 크라이슬러 '세브링', 닷지 '캘리버' 등 다양한 차종에 두루 쓰였습니다. 각각의 세팅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던 몇몇 수입차가 소나타와 엔진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막대한 로얄티를 지불하며 해외 업체의 기술을 받았어야 했던 우리나라가 스스로 엔진을 만들고 역으로 기술 선진국에 수출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이때 개발한 세타 엔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만들어 현재까지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부족하더라도 독자 개발을 추진해 온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LPG 사양 역시 세타 LPi 엔진으로 교체되며 출력과 연비가 모두 높아져 택시와 렌터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연식 변경을 통해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도입되기도 했는데요. 2006년부터는 RV 라인업에 탑재되던 2.0L VGT 디젤 엔진을 추가, 6단 수동 및 4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려 장거리 운행이 잦은 분들에게 환영받았고, 북미 사양인 V6 3.3L 람다 엔진을 얹은 최고급 트림을 신설해 당시 직렬 6기통 엔진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던 GM대우 '토스카'를 찍어 눌렀습니다.

이 V33 모델은 모든 옵션이 모두 포함된 차량인데다 출고 가격이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그랜저 TG S380' 모델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희소성을 자랑했어요. 낮은 단수로 지적받던 2.4L 모델의 4단 자동 변속기를 스리슬쩍 5단으로 변경한 것도 이때죠.

같은 해 하반기 출시된 2007년형 모델은 내외관 구성을 살짝 달리 했는데, 블랙베젤 헤드램프가 세련된 인상을 만들었던 이전과 달리 눈화장을 지운 듯한 적나라해 보이는 크롬 베젤 헤드램프, 로고를 따라 애매하게 둥글린 그릴 때문에 오히려 퇴보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주력 트림에 들어갔던 16인치 휠, 일명 '녹용휠'은 당시에도 호불호가 좀 갈렸는데, 지금 봐도 좀 적응이 안 되네요. 그래도 '플랜지' 타입이었던 17인치 휠을 디자인은 그대로 둔 채 '노플렌지' 타입으로 변경해 더욱 시원스러워졌다는 것만큼은 좋았어요.

한편 끝물에서는 스마트키 시스템과 함께 2.4L 모델의 전유물이었던 17인치 휠을 드디어 2.0L에도 넣어주고 뒷바퀴의 각도를 조절해 코너 탈출에 도움을 주는 'AGCS'라는 독특한 옵션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고속 코너링 시 조향에 따라 후륜 중 바깥쪽 바퀴를 차체 안쪽으로 약간 꺾어 선의 반경을 줄여주는 장치로, 구조가 간단하고 확실한 성능을 제공해 혁신적인 기술인 건 맞았지만 지금의 S클래스나 G90에 장착된 후륜 조향 시스템처럼 유턴시 회전 반경을 짧게 줄여주는 등 모든 주행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당연히 무난한 패밀리카의 상징이었던 쏘나타에게 이런 장비란 그저 사치일 뿐, 그마저도 최고급형에 가야 끼워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률이 저조했습니다. 'AGCS'가 고장 나서 센터에 갔더니 직원들이 우르르 구경을 나왔다는 한 오너분의 이야기가 이 옵션의 희소성을 그대로 대변해주네요.

여담으로 이 모델의 하이브리드 시제품이 준비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LPi 하이브리드였어요. 2.0L 세타 LPi 엔진을 기반으로 전용 5단 자동 변속기와 전기모터를 탑재해 리터당 14km 이상의 연비를 확보했다고 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먼저 투입된 아반떼,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실패하면서 이 모델은 아쉽게도 출시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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