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탈환이냐 … 부산서 맞붙은 韓·李
"평생 국힘 찍었는데 이번엔"
金여사 뉴스로 분위기 변해
위기감 느낀 韓, 세번째 찾아
李 "尹정부 2차 심판 기회
탄핵은 이야기한 적 없어"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시작을 이틀 앞둔 9일 여야 당 대표가 나란히 부산 금정구를 찾아 선거 유세전을 벌였다. 금정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야권이 단일화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여당은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지역 일꾼론을 펼친 한편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지난 총선에 이은 2차 심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투표는 투표율도 낮은 편인데 지방선거 투표야말로 지역민의 삶과 직결되는 투표로 많은 분들께서 나와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번 선거는 금정을 위해 누가 일할 수 있는지 정하는 아주 단순한 선거"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부산을 찾은 것은 지난 5∼6일 1박2일 지원 유세 이후 사흘 만이다. 지난달 28일 첫 방문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지원 유세다.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여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 단일화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데다 지속되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탓에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지역 일꾼론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금정 선거마저도 정치 싸움과 정쟁, 선동으로 오염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며 "우리는 오로지 금정을 위해 누가 더 잘 봉사할 일꾼인지 말하겠다. 답은 당연히 우리"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 실책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사과 한 개에 1만2000원씩 하더니 이제는 배추 한 단에 7만원이 넘어 사상 최고라고 한다"며 "금리가 올라 이자 문제 때문에 죽겠다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만 명에 자살자가 1년에 1만5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그냥 구청장 선거 하나가 아니라, 지난 총선이라는 1차 심판에 이은 2차 심판의 기회"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부산 금정구는 사실 여당의 텃밭에 가깝지만 정치는 경쟁해야 한다"며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인데도 당 이름 달고 나온다고 그냥 뽑으면 그들이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됐던 '끌어내려야' 발언에 대해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민주주의를 얘기한 것"이라며 "머릿속에 딴 생각이 가득 들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멀쩡한 얘기를 해도 딴 생각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만 돼지만 보인다"며 "머릿속에 딴 생각이 가득하면 다르게 들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금정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선거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정구에 40년째 살고 있다는 박 모씨(60)는 "평생 국민의힘을 찍었는데 이번엔 마음을 못 정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긴 워낙 국민의힘이 세서 바뀌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온 동네가 다 김 여사 얘기뿐"이라며 "여기서 지면 국민의힘은 디비질 것"이라고 했다. 부산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최 모씨(59) 역시 "김 여사 뉴스가 계속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유세 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으러 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거리 유세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 모씨는 "지금 정부에 기대를 걸었는데 김 여사 문제도 그렇고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며 "후보 개인 역량도 김경지 후보쪽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곧 죽어도 국민의힘'이라는 이도 적지 않았다. 부산대를 졸업한 후 부산구청에서 근무했다는 최 모씨(73)는 "함 결과 보소. 여긴 안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달 11~12일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본투표까지 각 당 지도부가 부산 유세에 당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여당이 텃밭인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잃게 된다면 한 대표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김기현 당시 대표가 사퇴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와 윤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부산 홍혜진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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