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흑자전환 현대제철…건설 불황 자동차 강판으로 뛰어넘는다

지난해 4분기 태풍과 파업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 녹록지 않은 시황에서도 자동차 강판, 선박용 후판 수익성 확보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333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4분기 276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한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셈이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5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5% 줄어든 6조389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마이너스(-)였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각각 5.2%, 3.4%로 개선됐다.

현대제철은 2분기를 지나 하반기까지 철강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분기 성수기에 돌입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매 물량은 늘 것으로 지금 예상을 하고 있다"며 " 또 하반기에는 원가 부담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자동차 강판, 후판 가공비 인상분을 각 고객사와 가격 조정 협상을 통해 1분기보다는 상회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용 강판 판매 목표 '550만톤'…포스코 코일철근 시장 진출 "영향없다"

현대제철은 침체된 건설경기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자동차용 강판을 꼽았다. 건설경기는 봉형강 매출과도 직결된다. 현대제철의 봉형강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32.9%에 달한다. 봉형강은 단면의 형태가 일정한 철강제품으로 대표적인 건설자재다. 봉형강의 매출액은 2020년 6조799억원에서 2021년 8조3335억원을 넘어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 수주는 지난해 224조원 대비 7.5% 하락한 207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2월 수주 총액은 10조9000억원으로 전년비 7.3% 떨어졌으며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은 3만5000세대로 전년 대비 무려 64.2%나 줄면서 10년내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현대제철은 전체 자동차 강판 판매 계획을 550만톤으로 잡았다. 임종협 현대제철 열연·냉연사업부장 상무는 "올해 현대차·기아에 열연·냉연강판을 포함해 자동차강판 440만톤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향으로는 금년도 110만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2184만톤이다. 총 생산량의 25%가 자동차 강판인 셈이다. 다만 작년에는 태풍, 파업 등으로 인해 가동률이 84.8%에 그치면서 조강 실적은 1852만8000톤에 그친 바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과 관련된 대목도 언급됐다. 최근 포스코는 기존 유휴설비를 활용한 코일철근 생산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시장진출은 경쟁 분야가 달라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수 현대제철 전기로사업본부장(전무)는 "포스코가 코일철근 시장에 진입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엄밀히 말하면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직선철근과 코일철근은 시장이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저희가 판매하는 직선철근 시장이 포스코의 코일철근 유입으로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고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탄소중립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 목표…2030년 탄소 배출량 12% 감축

현대제철은 이날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단계로는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독자기술에 기반 한 저탄소제품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기술이 적용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이다. 이렇게 생산된 저탄소 제품들은 현대제철의 고유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HyECOsteel)'로 명명돼 글로벌 주요 고객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전기로를 활용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공급했던 경험이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1.0GPa급 전기로 저탄소 고급판재의 시험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한국형 에너지 효율혁신 파트너십인 'KEEP30'에 참여해 실질적인 에너지 관리체계 수립 및 혁신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향후 고로 공정 중에 발생하는 탄소의 저감기술 개발 및 에너지 절감에도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날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인 '2050 탄소중립 로드맵'도 공개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그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제철소 전환'으로 2050년에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우선 2030년까지 직·간접 배출량 12% 감축을 선결과제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