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체코전 14대0 대승… 한국전 앞두고 분위기 추슬렀다

도쿄/양승수 기자 2026. 3. 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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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만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만의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가 만루 홈런을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벼랑 끝에 몰렸던 대만이 모처럼 방망이를 터뜨리며 한숨을 돌렸다.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2경기 연속 완봉패를 당하며 침체에 빠졌던 대만은 체코를 상대로 장단 11안타와 8사사구의 화끈한 타격전을 펼치며 되살아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과의 맞대결을 하루 앞두고 최악으로 치닫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수습한 경기였다.

대만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체코전에서 초반부터 집중력을 발휘하며 14대0(7회 콜드승) 완승을 거뒀다. 앞선 호주전 0대3 패배, 일본전 0대13 7회 콜드게임 패배로 사실상 넋이 나간 듯했던 팀 분위기를 바꿔놓은 승리였다.

대만은 앞선 두 경기에서 타선이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호주전 3안타, 일본전 1안타에 그쳤다. 두 경기 팀 타율은 0.075(53타수 4안타).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수치였다. 프리미어12 우승팀답지 않게 중심 타선은 침묵했고, 득점권에서의 해법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체코전은 달랐다. 대만은 1회부터 빠르게 흐름을 가져왔다. 선두타자 정쭝저(보스턴 레드삭스)가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1사 뒤 스튜어트 페어차일드(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트리플A)가 기습 번트 안타를 만들어 기회를 이었다. 이어 더블스틸 과정에서 체코 포수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주자들이 진루했고, 장위청(푸방 가디언스)이 적시타를 터뜨려 먼저 2점을 뽑았다. 그동안 막혀 있던 타선이 경기 시작과 함께 숨통을 튼 순간이었다.

7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만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만 팬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은 2회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사 후 천천웨이(라쿠텐 몽키스)의 안타로 물꼬를 튼 뒤, 정쭝저와 쑹청루이(중신 브라더스)가 연달아 볼넷을 얻어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페어차일드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2-0이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6-0으로 벌어졌다.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장타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터졌다. 초반부터 끌려가던 앞선 두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다.

3회 숨을 고른 대만은 4회 다시 점수를 보탰다. 정쭝저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또 한 번 도루로 체코 배터리를 흔들었고, 페어차일드가 고의4구로 출루해 기회를 이어갔다. 2사 뒤 장위청이 다시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8-0을 만들었다.

5회에도 추가점이 나왔다. 린자정의 2루타와 장쿤위(중신 브라더스)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천천웨이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9-0을으로 앞서 나갔다.

6회에 쐐기를 박았다. 대만 선두타자 페어차일드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고, 장위청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10-0까지 달아났다. 이어 두차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상황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11-0으로 점수를 벌렸다. 이어진 만루 상황, 천천웨이의 중견수 뒤로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올렸다. 이어진 1사 2·3루 상황에서도 정쭝저의 1루수 앞 땅볼로 추가점을 올리며 14-0을 완성했다.

대만은 이날 11안타 14득점 기록했다. 정쭝저가 세 차례 출루하며 3도루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페어차일드는 만루홈런 포함 2안타 4타점, 장위청은 3안타 4타점으로 중심 타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7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만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만 선발투수 좡천중아오가 역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운드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선발 좡천중아오(애슬레틱스)는 2와 3분의 2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고, 이어 등판한 좌완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트리플A)도 1과 3분의 1이닝 2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체코 타선을 막았다. 한국이 체코에 9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4실점을 한 것에 반해 대만은 7이닝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타선이 일찌감치 점수를 벌어주자 투수들도 한결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다만 한국 킬러로 불리던 좌완 린위민이 이날 30개의 공을 던져 내일 한국전에 나설 수 없는 점은 한국에게 유리하다.

반면 3연패를 당한 체코는 최하위에 자리했다.

대만 입장에서 아직 8강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체코전을 통해 처졌던 타격감을 회복하고, 그 흐름을 한국전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정쭝저는 네 차례 출루와 3도루로 공격의 시동을 걸었고, 페어차일드는 만루홈런 포함 2안타 4타점, 장위청은 3안타 4타점으로 중심 타선의 무게를 보여줬다. 앞선 두 경기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핵심 타자들이 동시에 살아난 점은 대만으로선 가장 반가운 대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 아니다.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대만이 체코를 상대로 자신감을 회복했다면, 8일 맞대결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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