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알린 '파란 눈의 번역가'…언니·선생님 발음 그대로 옮겨

서정민 2024. 10. 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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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서 번역자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한강의 주요 작품들을 번역한 사람은 한국인도 아닌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7·사진)다.

지난 2017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을 때 공동수상자가 바로 스미스 번역가였다.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번역했고, 6년 만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초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에 소개될 작품으로 선정해 번역이 시작됐지만, 에이전트인 바버라 지트워가 번역가로 스미스를 원하면서 번역자가 바뀌었다. 그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형’ ‘언니’ ‘소주’ ‘만화’ ‘선생님’ 등의 단어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번역해 주목받았다. 한강은 맨부커상 수상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에 대해 “제 감정과 톤을 그대로 번역하셨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만큼 문학계에선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일등공신으로 스미스를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대 초반까지는 한국어를 알지 못했다. 번역자가 되기로 결심한 후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름 틈새시장을 노려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언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사랑이 커진 그는 런던대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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