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관광객들이 상자째 담아갑니다.." 국내에선 흔한 밑반찬인데 해외에서 보약이라는 음식

동네 마트에 가면 여러 봉지가 한 묶음으로 쌓여 있어도 특별히 눈길이 가지 않는 반찬이 있습니다. 밥맛이 없을 때 흰밥을 싸 먹고, 아이들 도시락이나 아침 식탁에도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조미김입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해 제대로 된 음식이라기보다 밥이 심심할 때 곁들이는 반찬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가볍고 보관하기 편한 데다 짭짤하고 바삭해 선물용으로 여러 상자씩 구입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2026년 국내 유통업체가 공개한 구매 자료에서도 대만 관광객들이 많이 산 품목 가운데 김 가공품이 61%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평범한 밑반찬이지만 해외에서는 건강한 해조류 간식이자 귀한 기념품처럼 받아들여지는 음식, 그 주인공은 바로 김입니다.

김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맛이 독특해서만은 아닙니다. 얇고 가벼운 한 장 안에 단백질과 식이섬유, 여러 무기질이 들어 있고, 기름진 과자보다 부담이 적은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특히 해조류는 요오드의 대표적인 공급원입니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소로, 이 호르몬은 몸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여러 과정에 관여합니다. 김에는 종류와 생산지, 가공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철과 칼슘, 마그네슘을 비롯한 무기질과 폴리페놀 같은 식물성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 몇 장이 피로를 단숨에 없애거나 병을 막는 보약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건강식’으로 평가받는 진짜 이유는 적은 양으로도 해조류의 여러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삭한 김을 입에 넣으면 침과 만나 순식간에 부드러워지고, 잘게 씹힌 조각은 밥과 함께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김의 단백질과 지방은 소화효소에 의해 작은 단위로 나뉘어 장 점막을 통과하고, 혈류를 거쳐 간과 온몸의 세포로 이동합니다. 사람의 소화효소가 모두 분해하지 못한 해조류 식이섬유는 장 아래쪽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과 만납니다. 김을 비롯한 해조류에 들어 있는 다당류와 여러 생리활성 성분이 장과 대사 건강에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양과 종류에 따라 결과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해조류를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과 심혈관질환 위험 사이에 유리한 연관성이 나타난 관찰연구도 있으나, 김이 혈관을 청소하거나 질병을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이 과자와 가공육을 대신하는 담백한 식단의 일부가 될 때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해서 조미김을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도시락김에는 소금과 기름이 발라져 있습니다. 작은 봉지라 부담 없이 뜯지만, 밥 한 끼에 두세 봉지를 먹고 국과 김치·젓갈까지 곁들이면 나트륨 섭취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사용한 제품도 적당량은 문제가 없지만, 기름이 많이 발린 김을 간식처럼 계속 집어 먹으면 열량이 쌓입니다. ‘구운 김’, ‘광천김’, ‘재래김’ 같은 이름만 보고 건강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제품마다 나트륨과 지방 함량이 다르므로 포장지의 영양정보를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김 자체가 몸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짜고 기름지게 가공된 김을 다른 짠 반찬과 반복해서 먹는 방식이 문제입니다.

김을 건강하게 즐기려면 가장 먼저 소금과 기름의 양을 살펴야 합니다. 가능하면 무염 구운 김이나 간이 약한 제품을 골라 밥과 두부, 생선, 채소를 싸 먹는 용도로 활용하십시오. 조미김을 먹을 때는 한 끼에 작은 봉지 하나 정도로 양을 정하고, 함께 먹는 국물과 장아찌의 양을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잘게 부순 김가루는 계란찜과 콩나물밥, 두부무침에 조금만 넣어도 감칠맛이 나므로 간장과 소금을 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갑상선질환이 있거나 요오드 섭취를 제한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람은 해조류를 건강식이라며 갑자기 많이 먹지 않아야 합니다. 해조류의 요오드 함량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크며,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다시마와 미역 농축제품, 해조류 보충제를 김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만 관광객들이 김을 여러 상자씩 담아 가는 것은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삭한 풍미와 휴대성, 해조류가 가진 건강한 이미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김은 비싼 보약도, 많이 먹을수록 몸이 강해지는 만능식품도 아닙니다. 짠 햄과 튀김 과자를 대신해 간이 약한 김으로 밥과 채소를 싸 먹을 때 비로소 장점이 살아납니다.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가치를 낮게 볼 필요도 없고, 해외에서 인기라는 이유로 효능을 부풀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식탁에서는 기름이 번들거리는 김보다 담백하게 구운 김을 고르고, 두부와 채소 한 접시를 함께 올려 보십시오. 지금 바꾼 얇은 김 한 장과 줄인 소금 한 꼬집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편안한 장과 안정된 혈압으로 가족과 맛있는 식사를 이어 가는 단단한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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