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유일한 기자 사진제공 | 레드불, 벤츠
F1이 미국의 '리버티 미디어'에 넘어간 이후 큰 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에 그랑프리가 몇 개 더 생기는가 하면, 많은 볼거리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변화를 레이서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불만을 품은 레이서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올해 5월 5일부터 7일까지 개최됐던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불만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레이서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어야 해서 그랬을 것이다.
사건은 대략 이렇다. 마이애미 그랑프리 레이스 시작 전, 약 30분 정도 축제가 열렸다. 미국의 가수 윌.아이.엠(Will.I.AM)이 F1을 위해 특별히 만든 '더 포뮬러(The Formula)'라는 이름의 노래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거대한 쇼를 만들었고, 윌이 직접 지휘를 맡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LL 쿨 J'가 등장해, 레이스에 참가하는 20명의 레이서를 관중에게 하나씩 소개했다. 레이스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그 이벤트가 많은 레이서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벤츠 F1팀 소속 레이서이자 그랑프리 레이서 협회(Grand Prix Drivers Association)의 이사인 조지 러셀(George Russell)이 레이스가 끝난 후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러셀은 본선 시작 이틀 전부터 레이스 전 활동을 수행해야 했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서킷보다 화려한 환경에 대해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윌의 노래가 시연되는 동안 'LL 쿨 J'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길 기다리면서 더위와 싸워야 했다고 불평을 더했다. 그는 "스포츠 중에 일을 하는 것이 미국의 방식인 것 같다"라면서, "나는 레이스를 하러 왔다. 쇼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레이스를 하러 나가기 30분 전에 다수의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으며, 햇빛 아래에서 쇼를 하는 이런 스포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근데 조지 러셀은 거의 후반부에 등장했다).

러셀에 이어 불만을 토로하는 레이서들이 늘어나면서 F1은 본격적인 레이스를 수행하기 전 활동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서들은 그런 활동에 대해서 동의를 한 상태이다. F1은 그랑프리 레이서 협회와 추가 논의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레이서들은 '소요된 여분의 시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1은 올해 7개 정도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특별 이벤트에 대해서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모든 레이서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벤츠 팀의 '루이스 해밀턴'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스포츠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더불어 발전하고 있다. 과거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으며, 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LL 쿨 J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음을 고백하며 쇼가 멋있었다고 했다.

몇 년간 F1 무대를 떠나 있다가 하스 팀으로 복귀한 '니코 훌켄베르크'도 긍정적인 반응을 즐겼다. F1으로 돌아와 자신의 소개를 즐겼으며, 이번에 레이서들을 소개한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F1은 앞으로 미국에서 레이스를 할 때는 많은 쇼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F1 자체가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미국의 레이스라는 게 그렇기 때문이다. 작년 인디카 레이스 때에는 '그웬 스테파니'가 축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F1 일정 중에는 환락의 도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라스베가스 그랑프리'가 있다. 이곳에는 미국의 스타들이 찾아올 것이고, 라스베가스에 어울리는 화려한 쇼가 개최될 것이다. F1 내에서도 큰 행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꼭 라스베가스가 아니더라도,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F1 그랑프리 역시 화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샤킬 오닐' 등 유명 인사들이 캐딜락 컨버터블과 함께 등장해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이 레이스를 즐길 수 있도록
어떤 스포츠든 마찬가지겠지만, 레이스 역시 관중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레이서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팬들은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팀 또는 레이서를 응원한다. 결론적으로 마이애미 그랑프리는 성공에 가까웠고, 결승전에만 9만 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3일동안 현장을 찾은 관중들은 27만 명에 달한다고. 물론 수박을 곁들인 토마토 샐러드가 한 접시에 250달러에 판매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다. 관중과 팬이 있어야 하는 만큼 팬서비스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홈런으로 유명했던 선수가 왜 막상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는지, 아는 이들은 전부 알 것이다. 장르는 약간 다르지만 미국 NBA의 경우, 경기 하나가 끝나면 선수들이 경기 때 입었던 옷부터 신발까지 팬들에게 다 벗어주고 속옷만 입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물론 레이스는 그렇게 해 주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자동차 부품을 뜯어서 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쇼 무대에 등장해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모터스포츠에 얽힌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스폰서에게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겠지만 말이다. 문득 최희암 감독이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라면서 선수들을 다그쳤던 일화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