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상징, 양현종이라는 이름

2007년부터 기아 타이거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지켜온 양현종. 그가 이제 은퇴를 고민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기아 팬이라면 누구나 양현종을 떠올릴 수밖에 없죠. 누구보다 기아를 오래 지켜온, 진짜 프랜차이즈 투수니까요.
그동안 그의 커리어는 정말 눈부셨습니다. 10년 연속 170이닝 소화는 물론, 통산 200승에 근접한 기록. KBO 리그에서 이런 투수가 또 나올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의 이름은 이미 한국 야구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영구결번’이라는 상징, 양현종의 이름이 빠질 수 있을까?

기아는 영구 결번에 매우 보수적인 구단입니다. 그동안 오직 두 명에게만 그 상징적인 영광이 주어졌죠. 투수 선동열, 타자 이종범. 단 두 명입니다.
그런데 양현종이라는 이름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우승 3회, KBO 대표 에이스, 기아의 프랜차이즈 아이콘. 은퇴 후 그의 번호가 영구결번이 된다면 이는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특히 2024시즌 11승 5패 평균자책 4.10으로 여전히 팀의 중심이었던 그였기에 더 그렇죠. 그런데 2025시즌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2025년, ‘그 양현종’이 아니었던 시즌

이번 시즌 양현종의 성적은 팬들로 하여금 많은 걱정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13경기 4승 4패, 평균자책 5.27. 가장 약한 타선을 가진 한화를 상대로도 2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그가 안정적인 피칭을 해왔기에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현종도 인간이고, 세월 앞에서는 누구나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1988년생,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 후배들은 계속 올라오고 팀은 새로운 에이스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박수 칠 때 떠나야 진짜 레전드

팬의 입장에서 가장 슬픈 은퇴는 “말년이 처참한” 은퇴입니다. 아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시즌. 우리는 과거 윤석민 선수의 말년을 지켜봤고, 그 기억은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렇기에 양현종이 지금 박수를 받으며 떠난다면, 진정한 레전드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커리어의 절정에서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을 수 있는 기회. 팬으로서는 그것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입니다.
양현종, 당신은 이미 충분히 레전드입니다
3번의 우승, 메이저리그 도전, 수많은 기록과 경기 속에서 만들어낸 감동. 양현종은 더 보여줄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걸 증명한 선수입니다.
이제는 그 이름이 영원히 기아의 역사 속에 남아야 할 때입니다. 팬들에게 최상의 기억으로 남기 위해,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지혜. 우리는 그것 또한 대투수의 선택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