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맨유 원정에서 0-2로 졌다. 근데 결과보다 더 오래 남을 장면은 따로 있었지. 전반 29분, 주장 로메로가 카세미루 발목 쪽으로 깊게 들어갔고 심판이 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그 순간부터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됐다.

축구에서 레드카드 한 장은 “한 명 빠짐”이 아니라 “플랜이 통째로 무너짐”이야. 특히 원정에서, 그것도 올드 트래포드에서 10명이 되면 팀이 갑자기 작아진다. 남은 선수들은 뛰기 전에 먼저 계산부터 하게 된다. ‘이제 어디를 막아야 하지?’ ‘누가 커버하지?’ 이런 생각들이 동시에 몰려오거든.
토트넘도 딱 그랬다. 수적 열세가 되니까 공격은 끊기고, 수비는 점점 내려앉았다. 맨유는 세트피스랑 측면으로 계속 두드렸고, 결국 전반에 한 방 맞고 후반에 한 방 더 맞았다. 전술 싸움이 아니라, 그냥 “버티다 무너진 경기”가 됐다.

근데 사람들이 진짜 빡친 건 단순히 퇴장 때문만은 아니야. 로메로가 바로 며칠 전에 구단 운영이니 선수단 사정이니 이런 걸 공개적으로 건드렸잖아. 팀을 위해 말했을 수도 있고, 답답해서 그랬을 수도 있어. 근데 하필 그 타이밍에, 가장 중요한 원정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비웠다? 팬 입장에선 “말만 센 거 아니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주장 완장은 폼으로 차는 게 아니다. 주장이라는 건 팀이 불리해질수록 더 참아야 하고, 더 차분해야 한다는 뜻이야. 근데 로메로는 경기에서 제일 먼저 흥분했고, 제일 먼저 떠났다. 팀이 버텨야 할 순간에 주장이 없었다는 게 가장 치명적이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 로메로는 토트넘 와서 레드카드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칠게 싸우는 게 장점일 때도 많아. 근데 그 장점이 반복 퇴장으로 바뀌는 순간, 팀 전체가 불안해진다. 상대 팀도 “저 선수 흔들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여기서부터 비교가 나온다. 전임 주장 손흥민 이야기 말이야. 손흥민이 주장일 때는 경기 밖에서 말이 많지 않았고, 안에서 버티는 쪽에 가까웠다. 반대로 로메로는 불만을 밖으로 꺼내는 스타일이고, 거기서 퇴장까지 겹치니까 더 크게 터진다. 팬들이 “손흥민 좀 본받아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딱 그거다.
프랭크 감독이 로메로를 두둔하는 것도 이해는 돼. 로메로는 수비에서 존재감이 크고, 팀이 지금 부상자도 많으니까 더더욱 필요하다. 근데 중요한 선수면 더 조심해야 맞잖아. 중요한 선수일수록 팀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 감독이 “중요한 선수”라고 말할수록 팬들은 더 화가 나기도 한다.
이 퇴장이 토트넘에게 남긴 건 간단해. 몇 경기 출전 정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더 흔들릴 가능성. 토트넘이 지금 무승 흐름이 길어지고 순위도 애매한데, 이런 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진짜 무겁다. 강등 얘기가 나오는 팀들은 실력보다 분위기부터 먼저 무너져. ‘우리가 또 지겠지’가 팀 안에 퍼지면 그게 끝이거든.

로메로가 진짜 주장이라면, 사과 한 번으로 끝내면 안 돼. 복귀해서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거칠게 싸우되 선은 넘지 않고, 불리해도 끝까지 남아 있고, 팀이 흔들릴 때 먼저 정리해주는 거. 그게 리더십이고, 그게 주장 완장의 값이다.
토트넘은 지금 “전술이 부족해서”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방향이 없어서 흔들린다. 팀이 어려울수록 리더 한 명의 선택이 전체를 흔든다. 로메로는 투사가 될 수 있다. 근데 토트넘이 원하는 투사는, 팀을 더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팀을 지켜주는 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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