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진승 “나의 첫 ‘만분의 일초’, 후회도 미련도 없어요”
문진승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만분의 일초’(감독 김성환)에서 검도계를 제패한 일인자 태수를 연기했다. ‘만분의 일초’는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 명단에 오른 재우(주종혁 분)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태수와 대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문진승은 ‘만분의 일초’에 대해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찌보면 만화 같기도 하고 성장 스토리도 있어 재미있었다. 태수도 국가대표 일인자로 절제와 묵직한 느낌이 드는데, 단편적이지 않아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태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서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사범님과 관계, 삶의 태도, 가족 관계, 태수에게 검도란 무엇인지 등 일대기를 유추하면서 만들어 나갔다. 태수는 스스로 채찍질하고 갈고 닦고 비워내는 구도자와 같은 삶의 태도를 지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구도자도 아니고 태수와 삶의 환경이나 가족 관계도 다르지만,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고 반성하는 부분이 태수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부분을 녹여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진승은 “주종혁 등 ‘만분의 일초’ 배우들과 진짜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오랜 기간 검도를 한 선수들의 내공까지는 못 따라가더라도 서 있는 자세, 기합, 두건, 호면 쓰고 벗는 것 등 기본적인 동작에 집중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용인대 선수들에게 배우면서 동작을 고쳐나갔다. 유튜브에서 검도 경기 영상도 보고 대역하는 용인대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자세나 기합 소리, 특색 등을 닮으려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 숙소에서 먹고 훈련장에서 찍으니까 진짜 합숙소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서 빨리 친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주종혁에 대해서는 “성격이 좋아 호흡 맞추기도 좋았다. 3개월 동안 합숙하면서도 다들 친해져서 믿으면서 했다. 동생이지만 형 같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목소리도 눈빛도 마인드도 좋다. 거리감 없이 다가와 주고 영화를 위해 몸 아끼지 않고 헌신하더라”며 “종혁에게 맞는 신도 시간이 없었다. 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스태프들이 밑에 핫팩을 깔아줬는데, 움직일 수가 없더라. 다행히 주종혁이 잘 때려줘서 거의 한 번에 끝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성환 감독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분이었다. 원하는 그림이 확고해서 편했다. 저희가 예산이 많은 영화도 아니고 짧은 기간 안에 원하는 그림을 얻어야 하니까. 철두철미하게 찍어주셨다. 저희는 믿고 따라갔던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만분의 일초’를 촬영하며 검도의 매력을 알았다. 검도인들이 오랫동안 훈련한 내공, 기세 진짜 멋있더라. 선수마다 기합 소리도 다르다. 고요한 사람도, 광인 같은 소리를 낸 사람도 있고 각자 기운이 다르다. 기세가 다르다는 게 매력적이다. 검도에도 그 사람을 반영한다는 게 너무 매력적인 운동 같다.”
그는 “독일에 있을 때 독립영화를 찍었다. 대학원 과정 중에 자다가 일어났는데 문득 프로그래머 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고 배우로서 과정이 행복할 것 같더라. 그때 결심했다. 무의식적 결정이었는데, 어떤 삶이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의 답이 어느 날 찾아온 것 같다”며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IT쪽 연봉이 높고 좋은 길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시작할 때 더 빨리 많은 걸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길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시작해서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더 어릴 때 시작했으면, 더 많은 역할을 맡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제 삶에 충실하게 살았고, 연기하기 전의 일들이 나름의 제 매력과 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지원 누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편인데, 늘 진심으로 이야기해준다. 평소에 조언도 많이 해준다. ‘만분의 일초’도 좋았다고, 재미있게 봤다고 칭찬해줘서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누나와도 꼭 한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악역을 많이 했다. 악역도 좋고 즐겁지만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성격도 평소에 장난 치는 것도 좋아하고 편안한 성격”이라며 “예능도 기회가 온다면 성심성의껏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을 꿈꾸는 문진승은 “‘만분의 일초’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떤 건 흘려보내 줘야 한다. 연기자로서 저도 붙들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작품이나 연기적인 부분에서 잘하고 싶으니까 더 매달리고 후회하고 그렇다. 그렇지만, 어떤 건 흘려줘야 앞으로 나간다. 저도 그런 걸 반복하면서 앞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만분의 일초’는 제겐 처음이라는 게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첫 독립영화, 첫 주연, 앞으로 처음이라는 건 한 번이다. 연기 생활에 있어서 늘 떠오를 것 같다. ‘만분의 일초’가 잘돼서 새로운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침묵도 영화적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까지, 숨소리 하나, 작고 섬세한 떨림까지 느껴달라. 눈호강 귀호강에 마음까지 품어갈 수 있는 힐링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이 봐주세요.(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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