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디시 젤리 대신 먹을만한 편의점 젤리
안녕, 유행하는 음식이라면 죄다 먹어보는 에디터 유정이다. 한 달쯤 전부터 내 SNS 알고리즘을 장악한 음식이 있다. 바로 두바이 초콜릿을 잇는 화제의 디저트, 스웨디시 젤리. 나도 드디어 먹어봤다.
분명 유행하는 디저트인 것 같긴 한데, 실제로 먹어본 사람은 드물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 나는 9월 말에 해외 구매 대행 숍 ‘앤의 잡화점’(https://tinyurl.com/357u4h7z)에서 주문했고, 2주 만에 받았다. 두바이 초콜릿 키트를 한 달 넘게 기다리다 결국 주문을 취소한 것에 비하면 일찍 도착한 편이다. 가격은 500g에 3만 3,000원. 근데 이제 배송비가 1만 9,900원인… 최종적으로는 5만 2,900원인 셈이다. 정말 ‘금’ 젤리가 따로 없다.
[출처: @sockerbitnyc]
스웨덴 캔디 스토어에서는 원하는 젤리를 원하는 만큼 골라 담을 수 있다. 롯데월드나 아웃렛에 있는 젤리숍 ‘위니비니’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스웨덴 젤리 브랜드 ‘법스(Bubs)’ 사의 젤리. 평범해 보이는 젤리가 왜 이렇게 화제가 됐냐 하면, 독특한 식감 덕분이다. 일반적인 젤리와 달리 이에 달라붙지 않고 똑 떨어지는 쫀득한 식감으로 유명해졌다. 젤리에 흔히 들어가는 젤라틴과 동물성 첨가물, 팜유, 글루텐을 배제한 100% 비건이라 비교적 ‘건강한 젤리’라는 인식도 있다.
찰흙처럼 쫀쫀하게 늘어나는 질감이 바로 이 젤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손으로 뜯으려면 힘을 꽤 써야 할 정도로 질겨서 이가 푹푹 박히는 딱딱한 젤리일 것 같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약간 질깃하고 단단한 마이쮸의 식감에 가까운데 새콤달콤보다는 부드럽다.
젤리와 마시멜로를 섞은 듯한 묘한 식감으로 유행을 탄 건데, 첫입을 먹었을 때의 인상은… 쫀쫀한 지우개를 씹는 느낌? 마시멜로보다는 오히려 캐러멜과 껌을 섞은 식감이랄까. 이 식감, 너무 익숙한데… 기억을 더듬다가 그 익숙함의 정체를 발굴했다. 아! 바이오 캔디!
맛은 다양하다. 타원형의 분홍색 젤리는 석류&딸기 맛. 겉에 묻은 흰 가루는 다른 젤리에서 묻은 것이고, 실제로는 아무 가루가 묻어 있지 않은 달콤한 젤리다. 딸기 맛이 강하지 않고 새콤한 베리류의 맛이 은은하게 난다. 이에 많이 달라붙지 않는 베리 캐러멜 맛.
해골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모양의 이 젤리에는 신 가루가 듬뿍 묻어있다. 맛은 달달한 풍선껌 맛. 두께가 다른 것보다 얇아서 덜 질기고 부드럽게 씹힌다. 이게 두 번째로 맛있었다. (첫 번째는 곧 나온다.)
문어 시리즈는 어디선가 먹어본 적 있는 새콤한 과일 젤리 맛. 생긴 건 귀엽지만 맛에 특색은 없다. 옅은 민트색 젤리들은 소다 맛이다. 입안에 넣으면 옅은 탄산감이 보글보글 느껴져서 신기하다. 노란색과 갈색이 반반 섞인 타원형의 젤리는 초코 바나나맛. 초코 바나나맛 젤리는 처음 먹어보는데, 인공적인 바나나 향과 캐러멜을 태운 듯한 맛이 특이하다. 역시 젤리라기엔 초코 캐러멜에 가까운 맛과 식감이다.
작은 해골 모양 젤리가 가장 식감이 별로다. 뱉어야 할 껌을 실수로 삼켜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공적인 맛도 가장 강하다.
가장 맛있었던 젤리다. 젤리 믹스에 섞여 있던 11종 중 유일하게 평범한(?) 식감을 가졌다. 겉면에 새콤하다 못해 시디신 가루가 듬뿍 묻어 있고, 한 입 깨물면 반투명한 단면이 나오는 쫄깃한 젤리. 빨간 부분은 돌돌 말려 있는 풋 젤리를 뭉쳐놓은 맛이고, 노란 부분은 레몬 맛이다. 엄청 셔서 침샘이 마구 자극된다.
솔직히 스웨디시 젤리, 맛은 있다. 불량식품처럼 강렬한 맛이라 첫입을 먹으면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해외 구매 대행을 해야 할 만큼 특별하진 않다. 젤리 매장이 있는 스웨덴이나 미국에 여행갈 기회가 있으면 몰라도, 지금 당장 지갑을 열 필요는 없다는 것. 물론, 직접 먹어보고 줏대 있게 판단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여러분의 지갑은 소중하니까. 편의점이나 온라인 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스웨디시 젤리의 대체품 추천 리스트를 준비했다.
‘스웨디시 젤리 저렴이’라고 알려진 젤리 두 개를 직접 사서 먹어봤다.
먼저 ‘폭신한 말랑딸기 젤리’. 딸기 우유처럼 밀키하고 달콤한 젤리다. 겉에 가루가 잔뜩 묻어 있지만, 신 맛은 전혀 없다. 이름처럼 정말 폭신하고 말랑하다. 스웨디시 젤리와 비교해도 그렇고, 일반 젤리와 비교해도 훨씬 부드럽다.
‘트롤리 키스 스트로베리’는 폭신한 말랑딸기 젤리보다도 가볍고 말랑한 질감이다. 빨간 부분은 딸기 맛이 강하고, 흰 부분에서는 마시멜로 맛이 난다. ‘마시멜로 같은 퐁신한 질감의 젤리’라는 묘사 때문에 스웨디시 젤리를 먹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두 젤리가 더 나을 거다. 스웨디시 젤리는 츄잉 캔디나 부드러운 캐러멜 식감에 가까우니까.
✔️스웨디시 젤리랑 비슷한 식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바이오 캔디, 말랑카우
✔️마시멜로 같은 퐁신한 식감이 궁금하다면? 트롤리 키스 스트로베리, 폭신한 말랑딸기 젤리
✔️100% 비건 젤리를 원한다면? 캇예스 비건 젤리
그리고 그냥 사심을 담아서 맛있는 젤리 하나 추천한다. 포도 맛이 진하고 새콤과 달콤의 밸런스가 아주 훌륭한 ‘페투치니 포도’ 젤리. GS25와 이마트24, 세븐일레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무조건 포도 맛으로 추천한다. 진짜 맛있다. 가격은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