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마리 잃고도 산양 통로 '찔끔' 개방...방역 때문?
[앵커]
지난겨울 산양 떼죽음의 주요 원인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가 지목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면 철거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YTN 데이터랩이 산양 사체가 많이 발견된 설악산 국립공원 인근을 분석해보니, 울타리가 필요한 '돼지 농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겨울, 천 마리 넘게 목숨을 잃은 1급 멸종위기종 산양.
YTN 데이터랩은 겨울철 산양의 행동권을 토대로, 울타리가 지친 산양에 '최후의 일격'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환경부도 산양 떼죽음의 배경에 울타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설악산에 올겨울 산양이 드나들 수 있는 폭 4m짜리 통로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통로 30곳의 총 길이가 120m로, 설악산 국립공원을 둘러싼 전체 울타리 56km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박영철 /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교수 : (산양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울타리가 나왔어요. 그럼 걸어가겠죠, 한참. 푹푹 (눈에) 빠지면서. 한참을 걸어가서 구멍(부분개방 통로)을 뚫고 나갔어요. 뚫고 나갔는데 뚫고 나간 지점 그 앞에 먹이가 잔뜩 있으면 살 수가 있지만 그 바깥에 먹이가 없다면 거기서 또…]
죽은 산양이 발견된 지도와 겹쳐보면, 아예 통로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울타리를 전면 철거하지 않겠다는 정부, 내세우는 첫 번째 이유는 방역입니다.
[김정주 / 농림축산식품부 구제방역과 과장 : 2018년도 중국에서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해서 약 1억5천만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돼지) 가격이 60% 정도 뛰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근에 있는 태국이라든가 필리핀에서는 (ASF가) 다발하고 있고….]
그렇다면 울타리가 감염을 제대로 막는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북쪽부터 무섭게 확산하던 2019년, 울타리를 설치한 뒤에도 야생 멧돼지 감염은 남쪽으로 계속 내려왔고 올해는 경북에 있는 돼지 농가까지 피해를 봤습니다.
산양이 떼죽음 당한 설악산 일대는 최근 3년 동안 야생 멧돼지나, 농가의 감염 사례가 없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주변에는 울타리로 보호해야 할 돼지 농가 자체가 적습니다.
산양 통로를 연 지점 반경 10km 이내에 3곳, 열지 않은 지점 반경 10km 내에 2곳뿐입니다.
돼지 농가들은 국립공원을 넓게 두르는 광역 울타리보다 농가 중심의 방역을 더 원했다고 말합니다.
[최재혁 /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 : 우리가 전체 광역 울타리를 치는데 예산이 천8백억 원 이렇게 들었잖아요? (농장 하나를) 철판으로 해서 완전히 둘러칠 수 있는 게 2천5백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고요. (전국에) 5천 농가면, 3천만 원씩 들어도 천5백억 원 정도거든요.]
전문가들도 울타리가 초기 감염병 확산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이제 중기에 접어든 만큼 방역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조호성 /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방역 울타리의) 최초의 목적이 (감염) 멧돼지의 남하를 저지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이미 남하가 됐기 때문에 그 역할은 없는 거여서…. 농장에서 전염을 잘 막아서 (감염된) 돼지하고 직접 접촉하지 못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ASF가) 갖고 있다는 거죠.]
천 마리 넘는 산양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울타리 고칠 생각이 없는 정부.
겨우 살아남은 산양에게 또다시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환경부는 내년까지 '4m 통로'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YTN 장아영입니다.
데이터 분석·시각화 : 함형건 김병욱
디자인 : 지경윤
영상편집 : 한수민
데이터 출처 목록:
1. ASF 감염 농가 발생 지점 : 정부·지자체, '돼지와 사람'
2.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지점 :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3. 설악산 국립공원 주변 한돈 농가 위치 : 강원도 해당 시군구 자료
4. 설악산 산양통로 지점 : 환경부
5.산양 사체 발견 지점 데이터 : 국가유산청, 환경부, 이기헌 의원실
6.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 광역 울타리 SHP 파일 : 환경부, 이기헌 의원실
7.설악산 국립공원 경계 SHP 파일 : 공공데이터 포털
8.광역시 및 시군구 행정 경계 파일 : 공공데이터 포털, 지오서비스웹(GEOSERVICE-WEB)
YTN 장아영 (jay24@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 정부 때 파괴한 GP, 복원에 10년 소요...이유는?
- '미분양 무덤' 되어버린 지방...명품까지 뿌리는 초유의 사태 [Y녹취록]
- [자막뉴스] '최악의 허리케인' 미국 곧 상륙...공포에 예보관마저 눈물
- 명태균 "내가 입 열면 세상이 뒤집어진다" 연일 폭탄 발언 [Y녹취록]
- "몇일? 며칠? 궁금하면 물어보세요"...우리말 지킴이
- '딸 또래' 여성 소위 성폭행 시도한 대령…"공군을 빛낸 인물"
- [조담소] 같은 단지 사는 유부녀와 '골프 바람'난 남편...왜 안절부절 못하나 했더니
- 고3 제자와 외도한 여교사…숙박업소에 두 살 아들까지 데려가 '충격'
- 연쇄살인마 유영철 "밤마다 귀신 보여"…전 교도관이 전한 근황
- 문다혜 '불법 숙박업' 의혹 오피스텔, 경찰 수사 중 또 의문의 방문객